국내 전자책 업계의 선두주자인 북토피아와 와이즈북이 6일 통합을 공식 선언해 콘텐츠와 기술력이 결합된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의 전자책 업체가 탄생했다. 이에 따라 전자책 표준 등이 정해지지 않아 비틀거려온 국내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사.박영사.푸른숲.한길사.들녘 등 한국출판인회의 소속 출판사들이 대거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북토피아의 김혜경 대표는 이날 "무리한 투자로 경영난을 심화시켜온 인터넷 서점을 지난 9월 정리한 후에도 기술력 부족으로 우리가 가진 풍부한 콘텐츠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용 단말기가 내년부터 보급되고, 공공기관과 도서관들도 전자책 구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등 전자책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면서 와이즈북의 벤처기업다운 추진력과 기술력을 과감히 받아들인다면 우리도 살고 시장의 '파이'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와이즈북도 콘텐츠 부족을 실감하고 있던 터라 양측은 10월 초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각자 자산가치평가 등 복잡한 절차를 생략한 채 자본금 총 21억원 규모의 통합법인에 1대1의 지분으로 참여하자는 데 전격 합의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통합법인의 이름은 '와이즈북토피아'. 와이즈북 역시 문학동네.21세기북스.영진닷컴.시사영어사.이레 등 유명 단행본 출판사들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회사로, 새 회사의 콘텐츠 보유량은 총 10만여종에 달하게 된다.
공동대표를 맡게된 와이즈북의 오재혁 대표는 "우리의 통합 소문만 듣고도 지금까지 경쟁사인 양측의 눈치를 보며 콘텐츠 제공을 꺼려왔던 출판사들이 신간 베스트셀러들을 가지고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혀 오고 있어, 올 연말까지 2만여종의 전자책이 추가로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까지 매출액이 두 회사 합쳐 10억원도 채 못됐지만 앞으로 B2B, 즉 도서관이나 공공기관 등 기업규모의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어 내년엔 1백억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우선 각자의 사이트를 개편, 7일부터 통합 운영할 방침이다. 각 사이트의 고유브랜드를 살려 포털사이트인 북토피아(http://booktopia.com)는 B2B에 보다 중점을 두고, 와이즈북(http://wisebook.com)은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한 전자북으로, 그리고 키즈토피아(http://kidstopia.com)는 멀티미디어 동화 전문사이트로 차별화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통합이 전자책 독자들에게 주는 가장 큰 변화는 하나의 뷰어만 다운받으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자책 대부분을 구매해 볼 수 있게 된다는 것.
얼마 전 한국전자책컨소시엄(회장 김경희 지식산업사 대표) 이 미국 및 일본의 문서표준안을 참고해 한국표준안인 'EBKS(e Book Korea Standard) ' 버전 1.0을 발표했지만, 각각 다른 문서 방식에 따라 뷰어를 개발해온 전자책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갈려 적극 도입하지 못했다.
즉 업체마다 다른 뷰어를 다운받아 구동시켜야만 그 업체가 제공하는 책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공급되고 있는 국내 전자책의 80% 이상을 보유하게 된 와이즈북토피아가 사용할 뷰어는 이 EBKS를 토대로 와이즈북의 뷰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어서, 조만간 다른 전자책 업체들도 이 방식을 따라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 전자책 단말기 기술 기준도 저절로 정해지게 돼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출판운동' 차원에서 출범한 북토피아가 사기업에 흡수 통합된 것 같아 아쉽지만 전자책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다면 디지털 시대에 출판계가 공동 대응한다는 본래의 취지에는 오히려 부합하는 셈"이라면서 "단순히 종이책을 디지털화하거나 비주얼 요소를 강화하는 정도에 만족하지 말고 독자적인 전자책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