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 어머니의 일기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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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내에서 20「킬로」쯤 떨어진 시골학교까지 통근하는 나는 조반을 새벽에 먹어야 하는 고역을 치러야한다. 그래서 쉰이 가까운 어머니께서 생활비 관계, 손수 나를 위해서 언제나 새벽조반을 지어주신다. 오늘도 어머니께서는 언제나처럼 새벽밥을 그리 달갑게 먹지 않는 상머리에 앉아서 나의 건강을 걱정하시며 밥을 많이, 그리고 맛있게 먹으라면서 나의 오르내리는 수저를 지켜보고 계신다.
까칠한 새벽밥이 모래알 같기만 해서 수저를 놓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느닷없이 비가 올 것 같으니 우산을 가져가라고 하신다.
나는 웃으면서 「라디오」예보는 흐렸다가 갠다고 했다면서 어머니의 일기예보를 곧이 듣기 않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는 팔다리가 이렇게 쑤시고 무거우니 틀림없이 비가 온다면서 나에게 우산을 쥐어주신다.
우산을 받아 들고는 새삼스럽게 어머니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늘어난 주름살 속에서 자정이 넘치는데 나는 어머니의 그 정에 몇만 분의 일이나 보답하고 있는가를 반문해보았다. 그리고 이번 어머니날에는 꼭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것을 다짐하면서 어머니가 들려주신 우산을 들고 대문을 밀고 나섰다. (서영진·28·교사·대구시 중구 동인동179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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