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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과 장난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린애의 생일날이었습니다. 그 애는 그날아침 많은 선물을 받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생일잔치에 초대된 사람들은 대개 장난감들을 하나씩 사들고 온 까닭입니다. 비행기·자동차·망원경·칼·권총…어느 것부터 가지고 놀 줄을 몰라서, 「솔로몬」의 뇌물동굴에 들어선 사람처럼 그 애는 한참동안 어리둥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불과 몇 시간도 안돼서 그 애는 「아빠 바퀴!」하고 울상이 되어 뛰어왔던 것입니다. 장난감자동차의 바퀴가 빠진 것입니다. 그러다가 또 얼마 안돼서 「엄마, 비행기 날개 빠졌어」 「아빠, 이 권총 고장났어!」 「엄마, 칼자루 고쳐 줘」이렇게 번갈아 부서진 장난감을 들고 울먹이는 것입니다.
처음엔 그 애를 꾸짖었던 것입니다. 장난감이 많다고 함부로 다루면 안된다고 말입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곧 그 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이나 생철로 만든 그 장난감들은 보기에는 훌륭해 보였지만 실은 형편없는 조제품들이었던 것입니다. 적어도 장난감은 신부의 화장대처럼 놓고 보는 물건은 아닙니다. 문자그대로 애들의 놀잇감이기 때문에 튼튼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생일날 아침에 얻은 그 애의 기쁨은 그날 하루도 가지 못한 채 부서지고 만 것입니다. 장난감이 부서진 것은 곧 그 애의 축복 받은 생일이 부서진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반창고로 때우고 실로 끌어맨, 깨어진 장난감들을 머리맡에 놓고 잠든 그 애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빌었습니다. 「언젠가는 너의 어린 꿈도 그렇게 부서지고 마는 거다.
어른들, 그 나쁜 아저씨들 때문에 어린시절의 무지개는 쉽게 걷히고 마는 거야. 너무 원망하지 말아라. 그리고 한국에 태어난걸 말야. 어른들이 부서지기 쉬운 장난감으로 네 마음에 상처를 주거든…옳지, 그 때 반창고나 실로라도 묶어서·오래 쓰도록 애써봐. 꿋꿋하게 말야」나는 하루도 견딜수 없는 장난감을 애들에게 파는 것이 완구상인들만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이것은 어린이날에 들었던 어느 푸념하는 아버지의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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