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전기료 연간 11조원 줄이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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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에릭 리제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대표

이달 10일 범국가적으로 겨울철 정전 대비 위기대응훈련이 실시됐다. 수많은 관공서와 기업이 다소간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오전 10시부터 20분간 불필요한 전원을 끄고, 최대한 절전 상태를 유지해 올겨울 전력난의 심각성을 잠시나마 체험했다. 2011년 대규모로 발생했던 정전 사태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문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악화돼 지속적인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산하 에너지 기관들과 연계해 전력 수급 비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우려되는 한 가지는 전력난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단순히 계절적 이슈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공급 능력에 비해 전력 수요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해 수급 여건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는 한 전력난은 상시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기업의 비즈니스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전력난과 같은 에너지 위기는 기업들의 성장에 큰 위협 요소다. 에너지 가격의 변동이 심해지고 기업의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에너지 위기 문제는 기업의 미래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상업용 빌딩, 산업용 빌딩 및 사회기반시설 등 산업체들이 전체 에너지의 75%를 소비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정보기술(IT) 솔루션을 활용한 에너지관리시스템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실례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도입해 모든 설비와 전력·가스 등 에너지 소비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사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확인하고 이를 감안해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한다. 그리고 그 결과 연간 10억원 이상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모바일·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새로운 IT 트렌드와 결합된 에너지 관리 솔루션도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IT 기반의 에너지 관리 솔루션은 간단하고 사용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도입 비용도 경제적이다. 스마트폰·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 환경을 지원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전력 수요 조절, 요금 확인 등이 가능하다.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통해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을 실현할 수 있다.

 에너지 관리 솔루션의 검증된 측정 프로세스를 사용해 먼저 에너지의 사용량과 흐름을 정확히 파악한 후 이를 토대로 평가에서부터 실행, 지속적인 검토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에너지 관리를 실행한다면 최대 3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한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7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만약 이 비용의 30%를 절감한다면 약 11조원의 비용을 기업 경쟁력 강화에 투자할 수 있다. 에너지 위기라는 걱정에서 벗어나 얻을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은 부가적인 혜택이다.

에릭 리제 슈나이더일렉트릭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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