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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해물질 관리, 뒷북만 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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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12일 경상북도 상주시 청리면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발생한 염산 누출 사고는 지난해 10월 경북 구미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 만에 재발한 유해물질 사고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사고로 유해물질 관리와 재난안전 관리 체계의 총체적인 부실이 다시 한번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공장은 지난해 7월 가동을 중단했지만 지금까지 염산 외에도 유독성 물질인 불산·황산·질산을 다량 보관해 왔다. 이렇게 다량의 유해물질이 쌓여 있는데도 회사 측의 관리와 사고 대처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사고 발생 뒤에도 신고조차 제때 하지 않고 있다가 3시간이 지난 뒤에야 주민의 신고로 뒤늦게 소방차가 출동했을 정도다.

 당국의 안전 관리·점검도 소홀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공장은 2년 전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제대로 뒷마무리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반복됐다. 게다가 2011년 5월 동남권 중대산재예방센터의 공정안전관리(PSM) 보고서 이행상태 점검에서 ‘염화수소 누출 시 비상시나리오 누락’ 등을 지적받아 이를 매년 점검해야 하는데도 공장가동 중단으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건강과 직결된 유해물질 관리가 이토록 느슨하니 국민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경기침체로 공장 가동이 중단돼 보관 중이던 유해물질이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된 경우가 전국적으로 상당수에 이를 것이란 점이다. 이번 염산 유출과 같은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우리 주변에서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사고를 예방하고 국민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당국은 이른 시일 안에 전국의 유해물질 관리 시스템을 총점검해야 한다. 특히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동 중단 공장의 유해물질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 불안이 커지자 경북도는 뒤늦게 한국가스안전공사·소방서·유독물 관리업체 관계자로 안전점검반을 구성해 현장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안전·건강과 관련한 유해물질 안전점검은 평상시에 정기적·체계적으로 이뤄졌어야 한다. 어떤 사고든 예방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악습은 이제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