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심점은 어디…어리둥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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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이 그동안 공석 중이던 정무담당 무임소장관에 김윤기 전 교통장관을 돌연 임명하게 된 것은 「지역적인 고려」에서 취해진 조처라고…. 지난번 일부 개각 때 윤주영 무임소장관이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자리를 떴을 때 박 대통령은 「무임소 불요」론을 내세워 아예 그 후임을 메우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 때문에 당시 공화당에서 윤 장관의 후임으로 김일환 관광공사 총재, 김영근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을 줄기차게 밀었으나 결국 박 대통령의 심경을 움직이지 못해 햇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 정부가 호남지방에 관심을 덜하다는 일부의 여론이 표면화하자 박 대통령은 당초의 계획을 변경, 측근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전북 출신인 김윤기씨를 무임소장관에 앉히게 되었다는 것.
민중당 박순천 대표최고위원의 「재야세력 통합론」과 허정씨의 「단일후보를 위한 노정객 후퇴론」은 당내에 적지 않은 잡음을 일으켰다.
4일 아침 당 지도요원인 권중돈씨는 『나는 시골에 갔다오느라고 요즘 일을 잘 모르지만 그분들이 사전에 당의 중요 간부들과 상의라고 했으면 이런 일이 나지 않았을 텐데…』라고 답답한 듯한 눈치.
그런가 하면 원외 당원들은 당의 중진인 P씨에게 『전당대회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알아듣기 어려운 얘기가 수뇌진에서 쏟아져 나오니 어떻게 되느냐』고 항의했는데 P씨 역시 『당의 구심점이 어디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면서 어리둥절해 하는 표정. 이런 잡음을 예견해서인지 3일 하오에 열린 최고위·지도위 합동회의는 허정씨에게 『앞으로는 아무리 좋은 말씀일 지라도 당과 사전에 상의한 뒤 발언해주도록』 당부하기까지 했다는 것.
당 기구 정상화작업을 거의 끝낸 신한당 안에 공석으로 남은 요직은 정책심의회 의장 자리 하나.
당초 예정은 3일 상오에 열린 첫 정무위에서 당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을 한꺼번에 인준할 계획이었는데 마지막 순간에서 윤보선 총재가 사무총장에는 정성태씨를 지명했으나 정책위의장 지명은 보류하고 만 것.
이것은 당내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인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인선을 둘러싼 각 파간의 대립이 끝내 원만한 조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 듯. 주류계의 신태옥씨와 비주류계의 정해영씨가 만만찮게 경합하고 있는 정책위의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있을 수밖에 없게 됐는데….
당내 한 소식통은 『총재가 정책위 의장 지명을 보류한 것은 정해영씨를 지명할 경우 생길 주류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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