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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비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5월의 첫 날이자 첫 휴일인 어제 일요일, 경향 각 지에서는 때아닌 총성과 난무하는 폭력사건 등으로 말미암아 선량한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에 몰아넣게 하였다. 이 날 전주에서는 가족들의 비참한 생활고를 보다 못한 모 현역 사병이 「카빈」총으로 친어머니와 동생 등 4명을 몰살시키는 피비린내 나는 참극을 벌였는가 하면, 또 이 날 하룻 동안 서울 주변에서는 보고된 것만 해도 4백8건의 보안사범과 30여건의 폭력사건, 그리고 1백58건의 미아를 내는 등 어수선한 주말을 보내게 하였다.
그런데 꽃구름과 신록의 정기에 들떴다고나 할까, 모처럼의 휴일을 이처럼 난폭한 행동과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물들이게 하는 광란사태는 비단 어제 하루만의 예외가 아니라 최근에 이르러 경향을 막론하고 전국 도처에서 갑작스럽게 현저화한 일반적 경향이라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비근한 실례로 지난 4월 중순 이후의 동종 사건의 격증동향을 보라. 본 지가 보도한 4월 제3주말(17일) 하룻동안의 보안사범은 통틀어 2백여건이던 것이 제4주말에는 8백10건의 보안사범에다 3백12명의 미아를 내게 하였고, 그 추세는 드디어 어제와 같은 피로 물들인 주말 풍경을 빚어내고 말았던 것이다. 때마침 5월은 「어린이 날」「어머니 날」「법의 날」 등 많은 행사와 함께 정부에서도 이들 사고를 저지르기 쉬운 청소년들의 선도를 위하여 특히 이 달을 「청소년 선도의 달」로 설정하고 있는 만큼 당국의 행사 자체가 무색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광란을 부리는 청소년들에게는 물론 그들대로의 동기가 전혀 없지도 않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소위 「이유 없는 반항」에 몸을 불태워버리려는 「틴 에이저」들도 있을 것이요, 각박한 세도인심과 땅에 떨어진 사회기강을 눈 여겨 봐오던 그들이, 혹은 부모친지나 선배의 몰이해나 냉담을 이유로, 또 혹은 극심한 생활고와 지나친 빈부의 차에서 오는 열등감을 이기지 못하여 기존 사회질서를 마구 짓밟아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일도 있은 것이다.
그 어떤 것이 동기이든 간에 이와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지금 심각할 정도로 자학에 사로잡혀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으며, 또 그런 한에 있어서 그 책임의 태반은 오히려 성인사회가 져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처럼 현저화해 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자학현상에 대하여 참으로 우려를 금치 못한다. 최근 눈에 띄게 격증한 청소년들의 자살·가출·윤락·폭행 기타의 각종 범죄사건 등은 이제 그들 자신이나 그 보호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자와 위정 당국자의 근본적인 반성을 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들 탈선하기 쉬운 청소년들의 선도를 위하여 한낱 정례행사로서의 선도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직접 그들의 세계에 파고들어 그들의 근심과 걱정을 함께 나누고, 그들에게 정말로 신나는 일거리와 희망을 찾아주는데 참으로 어른답고 어버이다운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들의 청소년들은 지금 진실로 위험한 고빗길에 서 있음을 직시하고 이들에게 밝은 내일에의 희망과 새로운 「모럴」에 대한 동경을 심어 줄 수 있는 사회환경 일반의 정화와 「리더쉽」이 무엇보다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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