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생산의 기업화와 협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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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 대통령은 현행 농지개혁볍 제12조에 규정되어 있는 호당 농지소유면적 3정보의 상한제 철폐를 위한 입법추진을 여당과 농림부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3정보를 소유상한으로 하는 49년 농지개혁법의 입법취지는 경자유전과 농지소유의 집중화를 방지한다는 데 있었다. 그러나 농토소유와 농업경영 규모의 영세성 때문에 농업부문에의 자본과 기술의 도입이 저해되어 왔다는 것은 그동안의 많은 논의가 제시하여 주는 바와 같다.
이와 같은 사실에 착안하여 규모의 경제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농업경영의 기업화와 협업화를 추진시켜야 되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정책적인 선택인 것 같다. 이에 대하여 민중당과 신한당 측에서는 지주제의 부활과 그로 인한 농민수탈의 확대, 그리고 농토에서 쫓겨날 농촌실업자의 사태 등을 들어 박 대통령의 구상에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는 듯하다. 농지소유상한제가 철폐된다면 그것은 농지개혁 이후 두번째의 구조적 변혁이 될 것이며 농지의 소유형태와 농업의 경영방식, 그리고 농촌인구의 분포와 이동에 커다란 변동을 가져올 것이므로 활발한 토론이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3정보가 소유상한이 되어 있고 경작면적 5단보 미만의 농가가 전 농가의 태반을 차지하고 있는 경영여건으로는 농업의 근대화란 불가망이다. 생존경제의 단위와 단순재생산의 단위에도 훨씬 미달한 이와 같은 영세영농은 경영수지는 고사하고 농가가계 수지의 적자를 누적시켜 왔으며 내국시장의 협애화를 불가피하게 하였다. 협동조합운동의 자주적인 확대가 가능했다면 소유형태의 변동 없이도 공동영농으로써 위와 같은 여건상의 애로를 타개할 수 있었을 터이지만 협조마저 관제하향의 형해적인 것이었던 까닭에 농가의 궁박화는 일익 그 도를 심화시켜왔던 것이다.
품종개량, 시비의 합리화, 농업기구의 이용, 부업의 개발 등 농업생산 방법의 개선은 소요자금의 확보와 신기술의 적용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경영규모의 확대를 그 전제로 한다. 규모 확대의 방도로서는 자본제적 기업화와 협조적 협업화의 두 가지 선택방향이 있을 수 있을 터이지만 그것은 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든지 병존될 수 있는 농업의 경영형태라는 것은 외국의 많은 선례가 보여주고 있는 바와 같다. 다만 공업부문의 성장에 따르는 농업부문의 상대적인 저수익성 때문에 기업화나 협업화를 위한 자본유치가 그리 수월하지는 못하리라는 데 문제는 있다.
이 경우 농업경영의 기업화가 전기적인 형태의 부재지주와 농민수탈의 재현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근대적인 의식과 기량을 갖춘 농민이 그 자신의 자본과 기술로써 자본제적 경영을 하되 여건상의 특질에 따라 단독기업이나 부문협업의 형태를 취하게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은 장구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며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경영규모의 적정화와 기계화에 따르는 잉여 농촌인구는 농업생산의 다각화와 농촌공업, 그리고 지역별의 중소공업단지에 흡수 될 수 있어야 한다. 야당측의 염려도 이 점에 있는 것일 터이지만 농업경영상의 구조적 변혁은 당연히 공업, 그 밖의 경제부문과의 조정적인 연관성을 그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농지개혁법의 개정은 그것이 단지 농업정책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전반, 나아가서는 사회변동 전반에 걸치는 사회개혁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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