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 SKT 주식매각 왜 했나

중앙일보

입력

한국통신은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 13.4%중 3%(267만4천580주)를 시간외 대량매매의 방법으로 주당 25만원의 가격으로 SK텔레콤에 지난 2일 전격 매각했다.

주식매각 대금은 총 6천686억원에 이르며, 취득원가를 제외하면 매각이익은 6천182억원에 달해 올해 당기순이익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통은 이번 주식매각 대금을 신규사업 투자 및 운용자금 활용 등에 이용할 계획이다.

한통 관계자는 4일 "나머지 10.4%는 아직 매각계획이 없으나 매각하더라도 이번처럼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통의 신규투자 우선순위를 보면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초고속인터넷 망 확충과 구형 교환기 교체사업이 1,2순위로 꼽힌다.

또 올해 IMT-2000사업을 위해 출범시킨 KT아이컴 출자금에 대한 차입금을 갚아야 하고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인터넷 사업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되고 있다.

한통은 이같은 자금수요에 따라 올해 예산을 SK텔레콤 주식매각을 전제로 편성했기 때문에 연내 SK텔레콤 주식의 일부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SK측은 한통의 이런 급박한 자금사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SK텔레콤 주식 14.5%(1천200만주)를 일본 NTT도코모에 매각키로 하고, NTT도코모와의 매각협상이 성사될 때까지 해당지분을 한시적 보유형태로 페이퍼 금융회사인 시그넘9에 팔아버렸다.

이로써 SK텔레콤은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 주식취득한도 49%를 꽉채우는 결과를 초래, 한통은 보유중인 SK텔레콤 주식을 해외에 매각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그렇다고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 국내 증시에 매각할 경우 큰 손해를 볼 것 뻔한 상황이어서 한통은 SK텔레콤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이로인해 양사간 감정대립의 골이 깊어졌고, 한통은 한때 손해를 감수하고 증시에 SK텔레콤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할 계획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의 주가는 곤두박칠치고 이는 곧 일본 NTT도코모와의 주식매각 협상에서 SK측에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결국 양사는 `윈-윈'전략에 따라 실무협의에 착수, 시간외 대량매매의 방법으로주당 25만원에 합의, 이번에 주식매매를 성사시키게 된 것이다.

한편 한통은 지난 84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KMT)을 설립, 100%의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라 SK그룹에 대주주 지분을 매각한 이후 13.4%의 지분을 보유, SK㈜에 이어 2대주주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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