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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키워드 도메인업체 `수성' 성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토종 벤처기업이 막강한 자본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닌 외국기업에 맞서 국내 키워드 도메인 시장을 수성하는데 성공했다.

키워드 도메인이란 인터넷 브라우저 주소창에 영어 URL(인터넷주소) 대신 한글 등 자국어로 이름을 입력하면 원하는 인터넷 사이트로 찾아가도록 해주는 서비스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 키워드 도메인 시장을 놓고 국내 업체인 넷피아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미국 리얼네임스의 국내시장 공략 행보가 차질을 빚고 있다.

리얼네임스의 키워드 도메인 등록 서비스를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대행해왔던 한글인터넷센터(HINC)가 지난 9월 `한글.com' 방식의 또다른 도메인 등록 서비스업체인 후이즈의 자회사인 예스닉에 인수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한글인터넷센터가 예스닉에 인수된 것은 국내영업이 부진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스닉에 인수된 한글인터넷센터는 지난달 27일부터 도메인 신규등록을 전면중단했다.

이와 관련, 후이즈의 한 관계자는 "리얼네임스측과 서비스 방식에 대해 여러가지 입장 차이를 조율하고 있다"며 "신규 등록을 재개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예스닉은 아직 리얼네임스측과 서비스 대행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는데, 서비스 대행 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데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내막이 있다.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를 대신해 닷컴(.com) 등 최상위 도메인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미국의 베리사인이 리얼네임스사와 손잡고 자사의 전 세계적인 영업망을 활용해 키워드 도메인 서비스 사업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베리사인은 리얼네임스사의 지분 20% 가량을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예스닉이 한글인터넷센터를 인수했지만 국내 키워드 도메인 등록서비스대행 독점계약을 리얼네임스측과 체결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베리사인이 여러 다른 대행회사를 선정해 국내시장에서 키워드 도메인 사업을 전개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리얼네임스사의 국내행보가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토종업체인 넷피아는 국내외에서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넷피아는 한국통신, 데이콤, 하나로통신 등 국내 23개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와 제휴, 이들 ISP 업체의 네임서버를 이용해 국내 키워드 도메인 서비스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넷피아는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인터넷 도메인관리 체계에 불만을 지닌 중국, 대만 등 외국 도메인 관련기관 및 기업들과 연대를 통해 키워드 도메인 시장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고 있다.

넷피아는 최근 중국의 도메인 관리기구인 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CNNIC)와 중국어 인터넷주소 구현기술 공동개발을 위해 제휴를 맺었으며 태국어, 일본어 키워드 기술개발에도 성공했다.

넷피아는 지난달 20일 중국의 CNNIC, 대만의 인터넷도메인 관리기구인 TWNIC, 미국의 리얼네임스 등과 함께 키워드 도메인 문제를 다루는 국제적인 협력기구인 `인터넷 키워드 국제포럼'(IFIK)을 결성했다.

넷피아는 일단 국내시장을 수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앞으로의 길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피아가 국내시장에서 리얼네임스와 싸워 일단 승기를 잡았지만 이는 1라운드 일뿐"이라며 "넷피아의 앞길에는 더욱 막강한 베리사인과의 2라운드 접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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