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주택은행 '김정태 펀드' 한달여만에 7% 수익

중앙일보

입력

옛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이 지난 9월 5천억원을 투자한 이른바 '김정태 펀드'가 한달여 만에 7%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주은투신운용에 따르면 지난 9월 18일 주택은행으로부터 5천억원을 받아 설정된 '주은베스트성장주식투자신탁'이 지난 1일 현재 7.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같은 수익률은 현재 5%대인 은행 예금 금리의 16개월치에 해당한다.

주은투신운용 김영일 운용본부장은 "투자위험(리스크)을 최소화하며 보수적으로 운용했는데도 큰 수익이 난 것은 정확히 주가가 바닥일 때 투자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다른 기관들은 김정태 행장의 투자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 우량주 매수로 신바람=주은투신운용은 종합주가지수가 470~490을 맴돌던 지난달 하순 본격적인 주식 매수에 나섰다.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20개와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은 7~8개의 중.소형주를 2천억원어치 이상 사들였다.

지난달 초 주가가 500선을 넘어 본격적으로 상승하자 이들 종목에 또다시 1천억원을 투입했다. 나머지 2천억원은 주가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주가지수 옵션과 국공채.우량회사채, 콜, 기업어음(CP) 등에 골고루 나눠 투자했다.

지난달부터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특히 주식 부분의 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15만원대에 사두었던 삼성전자는 최근 18만원을 넘어서 20% 안팎의 수익을 안겨줬고 일부 종목은 50%까지 치솟았다.

주은투신운용은 그러나 포트폴리오(투자자산 구성)조정 등 꼭 필요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식을 전혀 팔지 않았다.

수급 호전 등 증시 주변 환경을 감안할 때 550~560선이 부담스럽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金본부장은 "최근 금리 상승으로 채권에서 별다른 재미를 못봤지만 전체 자산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식이 12% 이상의 수익을 낸 덕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주택은행이 약속한 5천억원을 추가로 투자해도 장기 정석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승부사적 기질'성공=투신권과 기관투자가들은 창투사.증권사 사장과 은행장을 거치며 닦아온 金행장의 시장 감각이 빛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한 투신사 임원은 "테러와 같은 외부충격이 단기간에 회복된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모두 알고 있었지만 실제 투자를 결행한 곳은 거의 없었다"며 "월급 대신 스톡옵션을 선택하는 등 고비마다 승부수를 던져온 결단력이 또다시 성공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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