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둘 키스하는 포스터에 내 이름이 '화들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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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야당 의원들이 동성애자 캠프에서 간담회를 공동 주최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인권센터’라는 시민단체는 ‘Military Gay(게이 예비 입영자) party’라는 이름의 캠프를 18~20일 연다. 군인권센터는 캠프의 내용을 소개하는 포스터(사진)를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공동 주최자로 민주통합당 김재윤·전순옥·장하나 의원실, 진보정의당 노회찬·박원석 의원실이 적혀 있다. 남성 2명이 키스하는 배경 그림과 함께 군 인권 영화 상영, 동성애자 강연 및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간담회’ 등의 행사 일정도 소개됐다.

 이번 행사는 군인권센터가 평소 안면이 있던 의원실에 연락해 잡혔다고 한다. 이 단체의 임태훈(36) 소장은 지난해 4월 민주당에 청년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했다가 탈락했었다. 그는 10일 “입대를 준비하는 동성애자들에게 군내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대비해 사전 교육을 하려는 것”이라며 “포스터가 자극적이란 지적도 있지만 동성애자의 애정 표현도 자연스럽게 받아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적 소수자 문제는 진보진영에서도 민감한 문제다. 특히 민주당엔 내부에 보수적 시선이 강하다. 종교계를 의식해서라도 대놓고 옹호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대선을 앞둔 12월 13일, 민주당 김진표 종교특위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은 동성애·동성혼의 법제화에 반대하는 기독교계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며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포스터가 알려지자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왜 우리 의원들의 이름이 저런 포스터에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해당 의원들은 발을 빼는 분위기다. 김재윤 의원은 “ 의원실 실무자가 참여하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2박3일 캠프까지 연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김 의원 측은 이날 군인권센터 측에 실무진의 참석도 곤란하다고 알렸다고 한다. 장하나 의원은 “ 당초 행사 참석은 어려웠다”며 “포스터가 동성애자를 폄훼하는 듯이 비춰져 해당 단체에 항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노회찬·박원석 의원 측은 의원 본인이 참여하려는 행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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