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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전쟁과 타협의 길목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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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본선 16강전> ○·박정환 9단 ●·중원징 6단

제2보(16~29)=삼삼에 들어가는 게 유행인 때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흑▲ 쪽이 대세입니다. 상황을 정리하지 않고 모호한 상태로 끌고 가는 건 두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요즘 젊은 기사들은 자신만만합니다. 그들은 ‘칼칼한 수’ 또는 ‘까칠한 수’를 즐기며 전투를 피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16, 18도 강인한 승부호흡입니다. A의 약점이 눈에 보이지만 흑도 당장은 B의 약점이 있어 결행할 수 없다는 거지요. 16 대신 ‘참고도 1’처럼 두면 백은 걱정거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흑도 완생의 모습이어서 걱정이 하나도 없는 건 마찬가집니다. 이렇게 조금 싱겁게(?) 두며 승부를 길게 가져가는 게 옛날식이라면 서로 약점을 드러낸 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게 요즘 스타일이지요.

 그래도 두 기사는 이세돌 9단 같은 끝없는 싸움꾼은 아닙니다. 박정환만 해도 이창호와 이세돌 두 사람 중 이창호 쪽을 더 닮은 기사거든요. 그래서 23까지 서서히 확전을 포기하고 ‘질서’를 정립해 나가지 않습니까. 긴장과 불안 속에서 끝끝내 버티는 건 이세돌의 전문 분야지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거지요. 판을 보면 이제 A나 B의 약점도 사라졌고 그래서 시선은 자연 좌하 쪽으로 향합니다.

 흑이 ‘참고도 2’처럼 둘 수도 있습니다만 역시 4의 봉쇄가 조금 아프다고 봤겠지요. 그래서 25, 27로 차단합니다. 한데 29가 구경꾼들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냥 뻗으면 보통입니다. 한데 차분한 중원징이 두점머리 절단을 각오하고 젖혀 버렸습니다. 박정환이 고개를 들어 상대를 한 번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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