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공동판매 빌미…대형제약사 횡포 이젠 '안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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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제약사는 B제약사에서 개발한 특허 의약품을 함께 판매하다가 낭패를 당했다. 이 제품은 인지도가 낮아 파는데 품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몇 년간 고생한 끝에 차츰 성과가 나오면서 A제약사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그런데 B제약사에서 제품 판매가 목표 판매량보다 낮다며 돌연 계약을 끊겠다고 통보했다. A제약사는 사정을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후 B제약은 A제약과 경쟁관계에 있는 C제약과 이 제품의 독점적 판매권을 넘겨줬다. 제품 인지도를 높여 이제부터 매출실적을 기대했던 A제약은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제약업계에 이같은 의약품 불공정 거래 관행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제약분야 거래 공정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제약사 간 의약품 불공정 거래를 예방하기 위한 지침이 담겨져 있다.

통상적으로 제약사끼리 의약품 거래를 할 때는 공급·판매 계약·공동 마케팅 형태로 계약이 체결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갑이 을에게 다양한 조건을 부과하면서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실제 의약품 거래 계약을 할 때 갑은 을에게 경쟁제품 취급을 제한하거나 판매 목표량을 한정하는 조항을 부과한다.

특히 경쟁제품 취급금지 조항은 계약기간 뿐만아니라 계약 종료 후까지 기간을 설정해 적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외에도 목표를 채우지 못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거나 독점실시 권한을 박탈하는 패널티를 부과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은 이런 관행을 금지하고 계약기간에도 경쟁제품 취급 제한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계약기간 내 유사약품의 연구개발ㆍ생산을 제한하는 행위도 차단했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불공정 거래가 우려되는 조건을 개선해 제약분야 경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약품을 구매하는 제약사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제약사가 많아 대형제약사의 횡포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공개된 가이드라인에는 의약품 거래계약을 체결할 때 취급을 제한할 수 있는 경쟁제품의 범위를 축소한다. 기존에는 적응증에 포함되는 제품을 모두 취급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적응증과 약리성분을 함께 고려해 취급품목을 제한한다.

계약 기간 내 연구개발을 제한하거나 계약종료 후 경쟁제품의 취급을 제한하는 것도 금지했된다. 또 최소 구매량 혹은 최소 판매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것도 제한된다.

또 판매 과정에서 의약품 개량기술을 개발한 제약사는 의약품을 처음 개발한 제약사에서 합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개량기술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사례가 많았다.

공정위는 이해관계자 등에 가이드라인을 송부하고 사용을 권장할 예정이다. 또 가이드라인 조항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제약분야 계약현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필요 시 실태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공정위는 2010년 6~7월 진행한 제약 지식재산권 분야 서면 실태조사 실시를 기반으로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정책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이후 지식재산권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를 바탕으로 제약분야 의약품 거래 가이드라인 초안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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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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