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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리유’의 힘 … 오리온, 중국 매출 1조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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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오리온이 초코파이를 앞세워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 만에 한 해 매출 1조원 돌파라는 만리장성을 넘었다. 초코파이로 따지면 연간 50억 개가 팔려나가 중국의 13억 인구 전체가 한 해 4개씩을 먹은 셈이다.

 오리온은 9일 “1993년 중국 베이징사무소 개설 20년 만인 지난해 중국법인의 매출이 1조1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연 매출 1조원 돌파는 그간 고가의 자동차나 TV를 파는 현대기아차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의 전유물이었다. 1000원 남짓한 과자나 라면·커피 등으로 매출 1조원 돌파는 넘기 힘든 장벽으로 여겨졌다.

 오리온이 중국에서 파는 초코파이나 자일리톨 껌, 오!감자(감자칩), 고래밥, 초코송이 등은 모두 단가가 1000원 안팎이다. 더구나 쌀과자나 전병 등에 익숙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아 내로라하는 글로벌 식품회사 중에서도 현지에서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는 곳은 미국의 펩시나 리글리 등 서너 곳에 불과하다. 그런 중국시장에서 오리온은 최근 5년간 연평균 48%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중국인의 식문화가 급속히 서구화되면서 과자시장 성장률이 매년 20%에 달하지만 이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오리온의 쾌속 질주는 절묘한 네이밍(제품·브랜드의 이름을 붙이는 전략)과 단계적인 지역 공략, 철저한 현지화 등 3대 전략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다.

 초코파이는 중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의미의 ‘하오리유(好麗友)’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초코파이가 진출하기도 전에 이미 중국 회사가 재빨리 상표등록을 해놓는 바람에 고육책으로 만든 이름이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파이로 우정을 나눈다는 초코파이 본래의 컨셉트를 유지하면서 발음까지 오리온과 비슷해 현지인들이 편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또 중국의 초코파이 포장박스에는 국내에서 익숙한 ‘정(情)’ 대신 ‘인(仁)’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오리온그룹 중국법인 김흥재 사장은 “중국에서 정(情)은 남녀 간의 애정을 뜻한다”며 “그래서 유교문화에 맞춰 인(仁)으로 바꿨더니 중국 회사로 알 정도로 친숙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광활한 중국시장을 단계적으로 공략했다. 오리온은 97년 베이징 근처에 첫 현지공장을 짓고 여기서 만든 제품은 베이징 부근 시장에서만 팔았다. 상하이에 두 번째 공장을 지은 뒤에도 상하이 주변에서만 시장을 확대했다. 이후 서구인 입맛에 익숙한 톈진·선양·다롄 등 대도시를 먼저 뚫고 하얼빈·창춘·시안 등 지방도시를 순차적으로 공략하는 방식을 썼다. 또 중국에서 도매상 유통망을 쥐고 있는 경소상(經銷商)과도 중국인보다 더 시간을 끌며 협상한 끝에 현금거래 원칙을 받아냈다.

 김흥재 사장은 “담철곤 회장은 중국을 찾을 때마다 한시에 나오는 ‘송무백열(松茂柏悅)’을 인용하며 현지화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소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측백나무가 좋아한다’는 의미인 이 문구로 친구가 잘돼야 나도 좋다는 인식이 강한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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