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악화로 치닫는 시리아 사태에서 또 하나 골칫거리가 있다. 시리아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50t 규모의 비농축 우라늄이다. 핵무기 다섯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미국 및 중동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유사시 이 우라늄이 이란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새삼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수도 다마스쿠스 근처 도시인 마르지 알 술탄의 위성사진 때문이다. 마르지 알 술탄은 시리아의 비밀 우라늄 전환시설이 있다고 추정되는 곳이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10, 11, 12월에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시설 주변 과수원이 벌목된 게 포착됐다.
미국에 있는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이란 핵문제 전문가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와 관련해 “시설 방어용 참호를 판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민군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뭔가가 있을 거라는 추측이다. FT는 이것이 2007년 이후 행방이 묘연한 알 키바르 원자로의 우라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2007년 9월 이스라엘은 제트기를 동원해 느닷없이 시리아 동부 알 키바르를 폭격했다. 이후 이 폭격이 완공 직전의 원자로 시설을 겨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곳에서 북한 기술진의 도움을 받아 영변 원자로와 거의 같은 원자로를 짓던 중이었다. 폭격 때 북한 핵 기술자 여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은 파괴됐지만 이곳에 반입 예정이던 50t 규모의 우라늄은 행방이 묘연해졌다.
지난해 10월 시리아 시민군도 정부군의 화학무기 은신처를 공개하면서 우라늄이 함께 보관돼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