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희 한양대 교수 춤 인생 30년 맞아

중앙일보

입력

"마사 그레이엄 등 미국적인 테크닉이 전부이던 시절 한국적인 현대무용의 흐름을 세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30년이 지났지만 관객층을 넓혀야 한다는 고민은 아직도 절 놔주지 않는군요."

한국 현대무용의 '기둥' 김복희(53) 한양대 교수가 춤춘 지 30년을 맞았다. 그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해인 1971년 오늘날의 예술의전당에 맞먹는 대형 무대였던 명동예술극장에서 '법열의 시'로 데뷔했다.

단짝 김화숙과 '김복희.김화숙 현대무용단'을 창단했던 것이다. 스승(육완순) 을 떠나 제자가 홀로 선다는 것이 이를테면 '반역'이었던 시절 이러한 등장은 무용계로서는 일대 사건이었다.

"한 해에 공연이래봤자 여섯 차례 정도였으니 저같은 풋내기가 그런 무대에 선다는 것을 스승의 입장에서 용인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는 그는 "서구의 현대무용을 본뜬 것 이상의, 우리만이 할 수 있는 현대무용을 찾고 싶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신작 구상을 쉬면 몸과 머리가 녹슬까봐 걱정된다"는 그가 3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를 다음달 5~7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마련한다. 2년 만에 갖는 무대다.

손관중.오문자.서은정.김남식 등 75년 전임이 된 이후 키워온 제자들이 안무한 작품과 함께 그의 신작 '슬픈 바람이 머무는 집'을 선보인다. 또 '국화 옆에서'를 리바이벌해 직접 출연도 한다.

"기존에 발표했던 '피의 결혼''예르마'에 이은 스페인 작가 페데리고 로르카의 3대 비극인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했습니다. 30년대의 여성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등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불교 사상을 끌어오는 등 한국인의 정신과 문화의 뿌리를 최대한 춤과 접목하려 했던 '한국화'의 시도는 여기서도 유효하다.

"구성이 비슷하고 제가 무척 좋아하는 소설인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을 참고했어요. 다섯 딸들을 둘러싼 운명적인 이야기 속에 우리 인간의 삶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02-2290-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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