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경예산 제대로 심의하라

중앙일보

입력

올 들어 두번째 편성된 1조8천8백40억원 규모의 2차 추경(追更)예산안이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무성의 속에 또다시 무사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9월 5조5백55억원 규모의 1차 추경안을 상임위 심의조차 생략한 채 여야가 당시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과 한 묶음으로 처리했던 전례가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미국 테러 사태 이후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적정 수준의 내수 기반을 유지해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2차 추경 예산을 편성한다" 고 밝혔다.

당초 2차 추경에 부정적이었던 야당이나 여론도 테러 사태라는 돌발적 요인을 인정해 필요성에 동의했다.

문제는 추경 예산안 심의가 너무 부실하다는 점이다. 지난주 여야가 합의한 추경안 심의 일정은 29일부터 하루씩 상임위와 예결위 심의를 거쳐 31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우리 국회의 생산성이 높아졌다 해도 3일 만에 2조원 가까운 예산을 제대로 심의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심의도 해보기 전에 야당 지도부는 정부와 추경안 처리에 합의부터 해줬고, 이에 따라 30일의 예결위 심의에 6개 소관 부처 장관 가운데 한명만 출석하는 정부의 무성의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야당 내부에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과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찾아내 한푼이라도 깎는 것이 국회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민생(民生)업무다.

여야는 추경안 처리 시한을 일단 2일로 늦췄지만 시한보다 중요한 것은 충실한 심의다. 여야의 성실한 예산 심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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