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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듀오 '브라운 아이즈' 황홀한 데뷔

중앙일보

입력

브라운 아이즈 (Brown EyeS) . 원래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 로 하려고 했다. 파란눈의 백인이 구사하는 흑인 음악이라는 뜻인 블루 아이드 소울(Blue Eyed Soul) 에서 따와, 갈색눈을 가진 한국인이 하는 흑인 음악이라는 의미에서다.

스물네살의 윤건(본명 양창익) 과 스물세살의 나얼(본명 유나얼) 로 구성된 리듬앤드블루스(R&B) 듀오 브라운 아이즈가 지난 6월 내놓은 데뷔 앨범이 70만장 가까이 팔려나가 이 듀오가 일약 한국 대중음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는 뮤지션으로 떠올랐다.

듀오 브라운 아이즈의 부상은 몇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탁월한 음악성으로 정면 승부해 가요계의 터부를 깨며 성공했다는 점이다. 윤건의 작곡.피아노 연주 실력과 나얼의 소름끼칠만큼 뛰어난 가창력이 어우러진 이들의 데뷔 음반은 대표곡 '벌써 1년'을 비롯해 대부분의 곡이 빠르지 않은 서정적인 노래임에도 여름 음반 시장을 장악했다.

전통적으로 쉬운 댄스 음악 일색이었던 한국의 여름철 음반 시장에 이변을 낳은 것이다. 이로 인해 한겨울에도 레게 음반이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R&B가 연중 꾸준히 팔리는 미국처럼 한국 음반 시장도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브라운 아이즈는 한편 갖가지 폐해를 낳고 있는 '대중음악의 지상파TV 의존 심화 현상'을 딛고 일어섰다.

각 방송사들의 계속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가요순위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쇼.오락프로그램에 한번도 출연하지 않고도 인기 정상에 올라섬으로써, 'TV에 못나가면 아무리 좋은 노래도 흥행이 안된다'는 가요계의 체념에 가까운 정설을 깨뜨렸다.

이제 가요계는 '음악을 잘 만들고, 일반적인 마케팅만 잘 하면 지상파 TV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몇몇 잡지 외에 TV 출연은 물론 일간지 인터뷰도 일절 사양해온 브라운 아이즈를 지난 25일 만났다.

윤건은 지난 여름 연세대 음대를 졸업한 음악도. 여섯살부터 피아노를 배웠으며, 중.고교 시절 꾸준히 중창단 활동을 했다. 지난 99년 4인조 보컬그룹 을 결성하고 '별'을 대표곡으로 앨범을 냈으나 곧 활동을 중단했다.

나얼은 현재 단국대 서양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다. 교회 성가대 등에서 함께 노래하던 친구들과 98년 역시 4인조 보컬그룹 앤섬을 결성해 SBS 신세대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고 이듬해 데뷔 앨범을 냈으나 그룹이 곧바로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다.

"99년 팀이 해체된 뒤 제가 나얼을 찾아갔습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의 소속사(갑엔터테인먼트) 와 손잡았지요."(윤건)

얼은 인터뷰에서 가요계 실상, 특히 일부 기획사와 음반제작자들의 행태에 대해 분노에 가까운 실망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앤섬의 일방적인 해체로 받은 충격이 큰 것 같았다.

"지금도 듀오보다는 보컬 그룹을 하고 싶다"는 그의 말은 그런 아쉬움의 표현인 듯 했다. 그리고 "마음 고생은 물론, 실제로 밥을 굶기까지 했던 고통스런 기억"은 윤건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얼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소속사가 똑바르지 않으면 음악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고까지 단언했다. 성공적인 데뷔에 대한 두사람의 생각은 어떨까.

"기대 이상이죠. 솔직히 10만장만 팔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잘 되니까 좋고,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 사고 싶은 CD를 맘껏 살 수 있는 게 무엇보다 좋아요."(나얼)

"둘 다 쓰라린 경험이 있으니까 처음부터 흥행에 대한 기대치는 낮았어요."(윤건)

음악적 성취에 대한 자평은 다소 엇갈렸다.

"감성적인 음악에 치중했지요.R&B보다 팝적인 요소를 많이 사용했고…. 첫 앨범이니까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윤건)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은 아니에요. 제가 지향하는 음악은 사실 일반 대중보다는 매니어들이 좋아할만한 본격 흑인 음악입니다. 그런 음악을 선보일 기회가 있겠죠."(나얼)

미술학도인 나얼은 지난 8월초 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60여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다. 그의 그림에는 주로 흑인들이 등장한다. 앨범 재킷도 그가 흑인을 그린 작품으로 꾸몄다. 그림을 평생 그릴 것이라는 그는 "흑인들이 가지고 있는 한과 한국민의 그것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창법도 비슷하다. 한을 가진 민족의 창법은 '꺽기'를 비롯해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런 점에 매료된다."고 설명했다.

스타가 됐음을 실감할까.

"주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알아보는 사람들이 꽤 있어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나얼)

"얼마전 닭갈비집에 갔는데 종업원이 덤을 듬뿍 주더군요. 동행한 친구들이 좋아했어요. 하하."(윤건)

내년초 '한번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콘서트를 할 계획이다. 다음달 10일 형제 그룹이 될 '브라운 아이드 소울'멤버 모집을 위한 오디션을 연다. '벌써 1년''위드 커피'에 이은 세번째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위한 시나리오도 공모중이다.

(http://www.browney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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