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 들려주는 쓴소리] 경영체험 책 낸 심갑보 삼익LMS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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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30년이 넘게 비즈니스 현장을 누비며 정도경영을 펼친 노경영인이 국내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국내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학벌보다 능력 위주로 CEO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하고 정도를 가지 않고 배우지 않는 CEO는 도태돼야 한다는 게 골자다.

자동화부품 제조업체인 삼익LMS의 심갑보(67)대표가 14일 그의 반평생 경영 체험담인 'CEO의 현장경영'이라는 책을 내놨다. 이 책에서 그는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선 서두칠 전 한국전기초자 사장과 이종규 롯데삼강 대표이사를 배우라고 권했다.

서사장은 1997년 말 부채비율 1천1백%로 퇴출대상 1호였던 회사를 2000년 최우수 상장기업상과 5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기업으로 환골탈태시켰는데 그 비결인즉 학력이 아닌 실력이었다는 것이다.

진주고와 경상대 농학과를 나온 서사장은 먼저 감원을 하지 않고 대신 직원들의 노동강도를 세배로 높여 생산성 향상에 성공했다. 이를 위해 그는 16평 아파트에서 자취를 하며 매일 새벽 3시에 출근하고 밤 12시에 퇴근하면서 생산 현장에서 종업원들과 함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세를 견지했다.

고졸 학력이 전부인 이사장은 3년간 40%가 넘는 직원을 해고하면서 단 한건의 노사분규도 없었는데 그 비결이 바로 투명경영이었다. 매월 전직원에게 회사의 모든 실적을 가감없이 공개하는 투명경영을 하자 오히려 노조가 모든 교섭에 백지위임을 하기까지 했다.

심대표는 "제발 이제 학력의 허구에서 깨어나는 경영인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은 밥이요 약이요 꿈"이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EO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문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배우지 않고 성공한 CEO는 드물다고 잘라 말했다. 심대표 자신도 지난 30여년 동안 3천6백번이 넘는 각종 학술회나 강연 모임에 참석, 내용을 녹음해 4천7백여개가 넘는 테이프를 소장하고 있고 이른 직원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있을 정도로 '교육광'이다.

여성 경영자에게 그는 '물의 철학'을 도입하라고 권유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물은 어느 틈새도 스며들 수 있는 만큼 틈새전략을 구사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기업의 투명경영은 생존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전제한 심대표는 그러나 기업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투명성 확보가 요원하다며 새 정부의 정치개혁을 기대했다.

그는 골프에서도 기업경영 원칙을 발견했다. 즉 골프는 욕심을 부리거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오타를 범하는데 경영 역시 고객에게 거만하거나 매출 과욕을 부리면 망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제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생산과 영업.회계가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예컨대 기술계 출신 CEO들은 성능만 보고 기계를 구입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기계가 생산성과 원가, 가동률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그는 공업용 특수합판 제조사인 이건산업의 박영주 회장을 꼽았다.

'이건 음악회'를 통해 알게 된 이 회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친 환경적 경영을 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인으로 이같은 소임을 다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게 존경하는 이유다.

이건산업은 원목 수입을 위해 솔로몬제도의 한 섬에 조림사업을 하면서 원자재를 구입하고 현지에 병원과 학교를 지어 친인간.환경경영을 하고 있다. 기업도 인격이 있어야 존경을 받는다는 얘기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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