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소련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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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23회 소련공산당대회가 막을 내리던 지난 4월8일, 새로이 당서기장으로 올라앉은 「브레즈네프」는 소련외교의 기본 목표란 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첫째 평화공존노선의 유지, 둘째 사회주의체제의 강화, 셋째 민족해방투쟁의 지원. 돌이켜보면 거년 9월말의 소공당중앙위에서도 그는 이와 똑같은 원칙을 밝히고 있었지만 이것은 월남문제에서의 「모스크바」의 입장을 분석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한편 동대회가 성명한 이른바 「미국의 월남침략을 비난하는 결의」는 ①전투행위의 중지 ②전 병력철수 ③「베트공」 지위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얼핏 볼 때 이 성명은 외견상 강경한 어구의 나열로 돼있으나 실은 종전에 그들이 주창해왔던 바를 재삼 부연하는데 그친 신중한 표현이었음을 곧 알아차리게 된다.
「크렘린」당국이 신5개년 계획 등 국내체제의 안정·강화에 보다 열을 올리고 있었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온건의 냄새가 짙게 풍겨졌던 것이다.
말하자면 월남전쟁의 폭발적인 확대에 일종의 안전판 역능을 해왔다 할 수 있는 소련의 협상·공존노선이 재확인된 셈이었다.
물론 이 대회가 개최되기에 훨씬 앞서 지난 1월 「셀레핀」 소공당제1서기가 「하노이」를 다녀가고 이어24일, 월남전쟁의 협상조건을 제시한 호서한이 전세계 공산수장들에게 발송되었었을 때 이미 소의 공존노선은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중공의 호전적 위험주의는 그때 벌써 일단 판정패의 고배를 마셨던 것이다.
월남전쟁의 성격을 해석하는 태도에 있어서 이 양자가 벌이고 있는 간격을 여기 더듬어보면 그것은 자명해진다.
월남전쟁을 소위 민족해방투쟁이라고 보는데 있어서만은 우선 이 양자는 해석을 일치시킨다.
그러나 투쟁의 방법, 지원의 형태를 두고는 차츰 틈이 생긴다. 중공은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미국과 정면충돌하자는 건 아니나 정당한 투쟁에는 기본적으로 무제한하고 혁명적인 총력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반면 소련은 어떻게든지 국지전은 방지돼야하며 전면전은 회피돼야 한다고 본다.
마침내 이와 같은 소련의 유연성은 월남전쟁의 폭발적인 확대를 막는 안전판이 되기도 했고 또 미군에 의한 작전전개에 하나의 한계를 그어놓는 것이 되기도 했다. 하나 그 때문에도 월남에서의 소·중공간의 주도권쟁탈전은 날로 치열해졌다.
결국, 소련의 입장에도 한계는 있는 것. 이 지역일대에 미치는 중공의 영향력이 모든 기존의 힘의 균형에 심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을 만큼 증대된 것이고 보면 월남문제에 있어서 소련이 행할 수 있는 역능은 아직도 많고 세찬 중공의 도전과 맞서야 할듯하다.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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