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콜롬비아 대통령선거|「정중동」의 중반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학생「데모」, 의사 파업, 계엄령 등 혼탁했던 한해를 보낸 「콜롬비아」는 금년 들어 선거사태를 맞았다. 3월20일에는 상하원 및 지방의원선거를 치렀고 5월1일에는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대사건이 겹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선거분위기는 한국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보고타=박원규 통신원
열띤 정책연설, 「스피커」의 아우성, 또는 지면에 심심찮게 나타나는 선학사범 등, 흔히 선거운동을 연상케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입후보한 대학교수는 선거기간 중에도 여전히 강단을 지키는 등 이곳 수도 「보고타」는 한마디로 조용할 뿐. 이유는 이 나라의 선거제도에 있다.
양원입후보자들은 각기 자기가 속한 정파의 지지자에 의해 지명되고, 모든 선거운동은 그 지지자가 대신해 주는 까닭이다. 이런 선거방식은 대통령선거에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선거운동이라야 신문, 「라디오」, TV강연회(극히 적음) 등을 통해 정책만을 발표할 뿐, 하부조직의 불을 뿜는 듯한 선거전은 있을리 없다.
이러한 속에서도 우리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난잡한 벽보사용법. 한 후보자의 벽보 밑에 그 후보자의 장례식광고가 붙어 있고, 그런가하면 한 후보자의 벽보 위에 다른 후보자의 벽보가 붙어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같은 정당 안에서도 정파에 따라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벽보가 사건면상 사진과 함께 붙어있는 것을 「보고타」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됐다거나 검거됐다는 소리는 없다. 또 하나 이상스러운 것은 투표 방법. 이곳에서는 투표할 선거인명부가 없다. 이 나라의 국민이면 어느 투표소에 가서라도 투표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날 하루만은 전국의 시가 봉쇄되고 누구도 도시를 떠날 수 없다. 육로의 시내입구에는 완전 무장한 군인이 진을 막고 있고, 공로도 국제항공로를 제외한 국내노선은 총「스톱」, 그야말로 독 안에 들어 하루를 지낸다.
날인방법은 그 중에도 걸작. 한 사람이 두 번 투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워지지 않는 물감」을 엄지손가락에 칠해 날인한다고 하지만, 바로 그 「지워지지 않는 물감」은 어딘지 공명선거가 되기에는 허술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곳 정치풍토는 이 정도로 크게 탓잡힐 것 같지는 않다. 1957년 독재자 「르하스·피니아」가 학생혁명에 의해 무너지고 난 후 이곳의 정치는 자유·보수양당의 연합체인 「국민전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즉 현행헌법 제14조 부칙에 의하면 보수·자유 양당이 4년씩 16년간을 교대로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이 양당은 아귀다툼을 해서까지 정권을 잡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모든 정책은 서로 비슷하며 의회의 의석까지 양당에 꼭 같은 수로 분배하고 있다. 자연히 이와 같은 제도에 반발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만 이 양당을 떠나서는 정치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입당한다.
같은 정당 안에서도 각 정파가 심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며 양당의 국민전선과의 정치적 횡포를 막기 위해 타 정당정파와 손을 잡는 여당의 분파가 있다. 그러므로 「콜롬비아」에는 야당이 없다. 또 대통령입후보자가 동시에 상원의원후보가 되는 기이한 현상도 벌어진다.
금년부터 4년간은 이제도의 3번째 임기로서 자유당의 차례, 그러나 자유당 안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M·R」(자유혁명운동)가 도사리고 있고, 한국전에 사령관으로 출전한바있는 「알베르토·루이스·노보아」장군이 이끄는 「M·D·C」(기독교 민주운동)이 있으나 미약하다.
지난 3월20일 선거결과는 「국민전선」파가 의석의 과반수를 좀 넘어 앞으로 4년간의 집권이 우선 결정되었다. 남은 것은 대통령선거로 자유당내의 국민전선파에 속하는 「카를로스·예라스·레스트례포」씨가 확실시 되고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