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18년6개월, 팩트로 판단했으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1961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케네디 대통령과 마주앉은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선글라스를 쓴 채 담배를 피우고 있다. 두 사람은 1917년생 동갑. 회담에서 케네디는 한국의 5개년 경제개발계획 지원을 약속했고, 박 의장은 베트남 파병을 제의했다.
안병훈

원로 언론인 안병훈(75)씨가 고 박정희(1917~79) 대통령 집권 18년6개월 동안의 기록을 사진으로 정리한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기파랑)를 출간했다.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이승만』(2011, 기파랑)에 이은 두 번째 역대 대통령 사진집이다. 안씨는 조선일보 편집국장 및 대표이사 부사장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LG상남언론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75년부터 3년간 청와대 출입기자로 생전의 박 대통령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던 엮은이는 책 페이지 페이지마다 간결한 문체로 현장을 재연했다. 업적 위주의 기존 사진집과 달리 연도별로 책을 구성한 안씨는 “박 대통령이 살아온 현대사의 팩트(사실)를 그대로 소개했다”며 “과거사에 대한 오해, 편견이 분분하지만, 독자 스스로 판단·정리할 수 있도록 하려는 뜻”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진들과 자료로 박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1968년 12월 21일 경인고속도로 가좌 인터체인지까지 23.4㎞ 구간 개통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막걸리를 뿌리고 있다.

1961년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사진에선 박 대통령이 선글라스를 쓴 채 담배를 피우고 있다. 격식을 갖춘 요즘의 정상회담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늘 선글라스를 쓰는 습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 색안경은 말이야, 상대방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할 때 내 마음이 얼굴 표정에 나타날까봐 쓰고 다니는 거야”라고 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사진찍기를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의 사진을 찍는 모습,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있었다는 낡은 오르간을 연주하는 모습, 개 방울이를 그린 스케치 및 딸 근영을 그린 작품 등 ‘인간 박정희’의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육영수 여사 서거 후 남긴 자작시도 사진과 함께 소개됐다. ‘이제는 슬퍼하지 않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했건만 문득 떠오르는 당신의 영상…. 당신이 신던 신발, 당신이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이거 보세요” “어디 계세요” 평생을 두고 나에게 ‘여보’ 한번 부르지 못하던…. 어찌 잊으리 어찌 잊을 수가 있으리.’

 책에 실린 사진과 사료들은 안씨가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좋아하는 모임’ ‘정수장학회’ ‘국가기록원 대통령관’ 등으로부터 모았다. 안씨는 “박 대통령 집권 18년6개월은 한국 현대사의 분수령”이라며 “5·16과 10월 유신이 헌정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면보다는 강한 나라, 세계 중심국으로 만들겠다는 박 대통령의 꿈과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