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 김태촌, 밤새워 빈소 지킨 조직원 숫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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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촌

6일 오후 5시30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64)씨의 빈소가 차려진 이곳엔 긴장감이 흘렀다. 장례식장 입구에선 검은색 양복 차림의 건장한 남성 20여 명이 “형님, 오셨습니까”라고 외치며 조문객을 맞이했다.

100여 명의 경찰은 장례식장 주변에서 조문객들의 동향을 주시했다. 일부 사복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실탄 세 발을 장전한 총기까지 휴대했다. 빈소 앞 복도는 각지에서 보내온 조화로 가득 찼다.

조용기 목사 등 기독교계에서 보내온 조화를 비롯해 유명 가수, 프로농구 감독 등 김씨와 친분이 있는 이들의 조화가 빈소를 채웠다. 부산 칠성파 등 타 지역 폭력조직 대표가 보낸 조화도 눈길을 끌었다. 양은이파와 OB파 등 타 조직원들의 조문도 잇따랐다. 배우 이대근씨와 야구해설가 하일성씨도 빈소를 찾았다.

 김씨는 전날 새벽 심장마비로 숨졌다. 64세. 그는 2011년 1월 폐렴과 갑상선 질환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지난해 3월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5일 새벽 숨진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경찰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김씨는 향년 64세로 사인은 심장마비다. [뉴스 1]

김씨는 ‘OB파’의 이동재, ‘양은이파’의 조양은과 함께 암흑계 3대 보스로 통했다. 그는 전남 광산군 서방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김씨가 73년 상경해 결성한 ‘서방파’의 이름도 서방면에서 유래한다.

그가 이끈 범서방파는 1980~90년대 이른바 ‘전국구’ 폭력조직으로 악명을 떨쳤다. 86년 인천 뉴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 황모씨를 칼로 난자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검찰은 김씨에게 1, 2심 모두 사형을 구형했을 정도로 범행이 잔혹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징역 5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았으나 89년 폐암으로 형집행정지를 받고 출소했다. 하지만 김씨는 92년 ‘범서방파’를 결성한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는 등 일생 동안 30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98년에는 수감생활 중 당시 인기가수 이모씨와 옥중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씨는 2005년 인천의 한 교회에서 집사로 활동하며 폭력세계에서 손을 떼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감 당시 교도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가 드러나 2006년 또다시 수감됐다. 2007년에는 배우 권상우를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수감생활이 반복되면서 김씨는 건강이 악화됐다. 폐암으로 폐 반쪽을 잘라냈다. 이 때문에 그는 말년을 대부분 병원에서 보냈다. 이날 김씨의 빈소를 찾은 과거 폭력계 동료·후배들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대부분 자리를 떴다. 밤새워 빈소를 지키는 조직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김씨의 장지는 전남 담양으로 정해졌다. 담양이 고향인 김씨는 수년 전 “담양군의 공원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지방경찰청은 8일로 예정된 김씨의 발인에 맞춰 경찰관 20여 명을 장지 주변에 배치키로 했다.

차상은·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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