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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남해의 애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남해의 작고 큰 섬의 어민들은 「어업근대화」니 「어업전진기지」등 휘황한 정책은 숫제 외면하고 『섬에서 가까운 바다에서나마 마음대로 고기를 잡게 해달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어선의 80%가 무 동력선인 가난한 남해의 섬 어민들은 「어업근대화」에 앞서 「정치망어업권」등 전근대적인 어업권부터 먼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말뿐인 「근대화」>
삼치·갈치 등 남해의 황금어장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거문도 욕지도 등의 어민들은 『입으로만 어업근대화란 말을 할 뿐 실제로 정치망어업권을 그대로 존속시키고 더구나 섬 어민들의 권익을 묵살하려는지 이를 새로 허가하려 하고 있다』고 도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
거문도는 일정 때도 피투성이가 되어 정치망설치에 반대하여 끝내 어장을 지켜온 전통을 자랑하고 있으나 최근 전남도 당국이 몇 개 업자에게 정치망어장을 허가하려 하자 다시 들고 일어섰다.

<탐내는 육지부자>
작년 한해만도 약2억1천5백만원 어치의 삼치·갈치의 선어를 수출한 거문도근해의 어장은 육지의 돈 많은 수산업자가 탐을 낼만도 한 일이라고 어업조합의 한 간부는 한숨을 쉬었다.
「정치망어업권」이 허가된 바다는 그 어장주변 1천「미터」이내에서 다른 어선이 고기를 잡을 수 없게 돼 있으므로 조그만 어선으로 섬 가까이에서 고기를 잡을 수밖에 없는 어민들에게는 생명선을 끊는 일이나 마찬가지라고 50대의 어부는 한탄이었다.

<「정치망어업권」>
정치망 어업권은 수산업법 제8조에 따라 지방장관인 도지사가 허가하도록 되어 있으며 섬 어민들의 의사나 권익과는 전혀 관계없이 허가되는 수가 많았고 실제로 과거에는 큰 바다의 이권으로 정치적으로 이용돼 왔다는 것이다.

<「결사 반대한다」>
남해의 섬 어민들은 육지에서는 벌써 10여 년 전에 토지개혁이 이루어졌는데도 바다에서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정치망어업권이 섬사람들과는 관계없이 허가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들의 생명선을 지키기 위해서는 결사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문도에서 욕지도를 거쳐 사량도 거제도에 이르는 남해에서는 정치망어업권을 없애려는 투쟁을 벌여왔으나 1963년에 개정된 수산업 법에서도 이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허가하지 말아달라는 호소를 계속할 수밖에 없게되어 있다고 한숨을 짓고 있다.

<노후한 무 동력선>
정치망어장에서는 잡히는 어획고는 전체어획고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남에만도 6백35건(65년도)의 정치망어장이 도사리고 있어 연안어업에서 영세어민들이 제외되어 결국은 무 동력선은 어장을 상실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어업조합 간부들은 말하고 있다.

<어민은 어디로?>
결국 동력선 건조계획이 성숙되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다해도 10「톤」미만의 동력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력선의 보유현상을 극복하기는 어려우며 10「톤」미만의 동력선으로써는 공동규제 수역에서의 일본어선과의 경쟁을 지탱하기란 어려운 문제라고 경남도 당국자는 말했다.

<수지 안 맞는 수출>
욕지도의 경우, 모두 5백24척의 어선 중 동력선은 56척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무 동력선인데 동력선도 10「톤」이상은 3척뿐이다.
게다가 무 동력선으로나마 겨우 잡아 수출할 수 있었던 삼치·갈치 등이 한·일 협정 발효 후 거의 수지가 맞지 않아 수출가망이 없어진 지금 남해 일대의 어업은 소위 「기업화한 어업」에 일임되고 어부들은 일용노무자로 전락하는 길밖에 남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이었다. 근대화에 앞서 전근대적 어업권을 억제해야 하고 또한 기업화한 어업에 수많은 어민이 희생되지 않는 길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 거문도 어업조합의 한 간부는 일본 어선과의 경쟁보다 국내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해=장병칠·윤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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