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니 외교 조심스런 선회|스카르노 처우에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아담·말리크」인니 외상이 4일 「유엔」복귀와 정치적 부대조건이 없는 한 어떤 나라로부터도 경제원조를 희망할 용의를 표명함으로써 밝혀진 「수카르노」외교정책의 수정은 이따금 잠꼬대처럼 『나는 아직도 최고권자다』라고 말하던 「수」가 사실상 최고권자가 아님을 새삼 명백히 하고 있다.
그러나 「수카르노」는 5일 「유엔」사정에 변경이 없는 한 인니는 계속 「유엔」밖에 있을 뜻을 선언함으로써 기정정책을 수정하려는 군부정권의 대 「유엔」정책에 다소 혼선이 엿보이긴 하나, 실권자 「수하르토」육참 총장이 이날 『최고권은 국민협의회에 있고 대통령도 이에 종속한다』고 선언한 사실을 보면 「수카르노」의 소리는 한낱 허공에 뜬 메아리에 지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인니 공산당의 폐허 위에 세운 군부정권의 「말리크」외상이 국교단절용의설 마저 전해질 정도로 긴장·악화된 중공도 포함한 모든 나라와의 우호관계는 계속 유지할 뜻을 밝힌 것을 보면 「수카르노」에 대한 점진적이며 우회적이고 조심스런 「완전 허수아비 화」과정이 육군지도자들에 의해 교묘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군부의 새 정권이 「수카르노」의 북평·평양·「프놈펜」의 반제추축, 「유엔」탈퇴 등 정책을 대폭 수정하고 『중공의존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다고 중공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시하면서도 「수카르노」를 명목상의 지위나마 대통령직에서 축출하지 못하는 데에 「수카르노」의 국민간 인기에 대한 군부의 조심스런 개의가 엿보인다.
65년 1월 「말」련의 「유엔」안보리 의석차지에 항의 탈퇴한 「유엔」의 복귀용의, 대 「말」대결에서 평화해결 문호개방과 동서 양진영으로부터의 원조희망이란 성명 등으로 인니 군부의 대미 접근태도가 엿보이나 대외정책의 급격한 우선회는 힘들 것이다. 실권자 「수하르토」는 반제·반 식민을 외치며 『영제의 신식민주의 정책에 의한 것』이라는 「말」련과의 대결의 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으며 『아무 부대조건 없는 원조』란 부대조건을 내세운 점이 이를 명백히 하고 있다.
일견 우선회로 보이는 이런 정책수정은 『의식의 충족화를 위한 국제협조용의』란 자존심도 버린 형이하적 용어를 쓰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급박한 경제위기와 국민의 친·반정부적 태도와의 함수관계 및 경제개선실적이 없을 경우 우려되는 국민의 「수카르노」재등장 요망가능성을 치밀히 계산한데서 나온 비방인 것이다.
심각한 외환부족을 메우고 통화를 안정시키며 필수적인 수입을 하기 위해 파탄에 이른 인니 경제는 외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서 양진영에 아련한 추파를 던지는 적극적인 비동맹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서방측의 원조를 흠뻑 받기 위해서는 「말」련과의 군사대결 및 통상전쟁을 철회해야 할 것이나, 그렇게 나오면 반 「말」적 국민감정의 반발을 사서 「수카르노」에게 재기의 기회를 줄 우려가 있다.
미국으로서는 인니에 걸린 이해가 너무 크다. 미국이 바라는 선행조건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인니의 내민 손을 전적으로 떨칠 수는 없다. 그래서 미국의 태도는 신중할 수밖에 없고, 인니 육군도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수카르노」는 현재로서는 「뉴요크·타임즈」의 논평과 같이 마술로 소생된 시체와 같은 존재이긴 하나, 인니 육군의 앞으로의 대내외 정책 수정에서 이 산 유령의 처리문제는 극히 어렵고 미묘한 문제이다. <석>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