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인천 만석동 쪽방촌 괭이부리말에 함박웃음이 피었다. 이곳 사람들이 뿌린 사랑의 열매가 영하 14도의 강추위를 녹이고도 남는 듯했다.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 300여 명이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며 113만3560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내놨다.
기초수급자 김명광(72) 할아버지는 “폐지·캔을 주워 마련한 푼돈이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쪽방촌 ‘착한 빈자(貧者)’들의 기부는 올해가 5년째. 처음에는 ‘우리가 남을 도울 수 있을까’라고 반신반의했다. 누군가가 “우리도 해보자 ”며 제안했고, 첫해 87만1110원을 기부했다. 작지만 너무 큰 그 돈이, 쪽방촌의 사랑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더 많은 용기가 생겼다. 올해 기부자 300명 중 200명가량은 5년 내내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이는 10원, 다른 이는 1만원을 냈다. 김재순(85) 할머니는 “작은 돈(1만원)이지만 10만원, 100만원으로 받아달라”며 “너무 재미있어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