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서 열리는 동남아 각료회의의 전후 좌우|일 아주 외교의 「시금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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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의 주창으로 4월6일과 동경에서 동남아 개발 각료회의가 열린다. 「라오스」, 「말레이지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그리고 일본 등「아시아」지역 7개국의 정부 대표가 모이는 이 국제회의는 공교롭게도 한국이 주창하는「아시아」외상 회의보다 불과 2개월 앞에서 소집되며 참가 예정국이「말레이지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그리고 일본 등 5개국이나 중복되고 같은 지역 회의에다 같은 각료급 회의라는데서 내외의 야릇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남아 개발 각료 회의는 지난 7월 제4회 미·일 무역 경제 합동 위원회에서 일본측이 그 구상을 처음으로 공표 했으며 당초 그해 가을 동경에서 열겠다던 것이 그해 10월 이른바 한·일 비준 국회 관계를 구실로 올해 1월 중순으로 연기되고 연말에 이르러서는 예산 국회 관계로 연기되었다가 지난 2월11일 각의에서 4월6, 7일 이틀에 걸쳐 열기로 확정되었던 것이다. 중대한 국내 문제가 겹쳤다 손치더라도 두번이나 회의 개최가 연기되었던 것은 동남아 개발 각료회의를 창도하기는 했지만 이 회의에 대한 일본 정부 자체의 정책적 평가가「유동적」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일본이 미·일 무역 경제 합동위에서 동남아 개발 각료회의 구상을 밝히기 3개월 앞서「존슨」미 대통령은 지난해 4월「볼티모어」에서 동남아 개발을 위해 10억「달러」의 경제 원조를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는 한편「아시아」지역내의「협동」을 강조한 바 있었다.
일본이 때마침 미·일 합동위에서 제창한 동남아 각료 회의는 중공 대쇄를 경제면에서 뒷받침하는「볼티모어」구상을「하청」받은 것으로 비쳐졌으며 그 때문에 비동맹을 표방하거나 중공에 편향하고 있는 당시의「인도네시아」와「캄보디아」, 「버마」등 3개국은 초청을 받고도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
「볼티모어」구상은 중공의 위협에 떠는 동남아 정정의 불안정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안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발상에 바탕을 두었다고 볼 수 있거니와 추명 외상이 동남아 개발 각료회의를 일본이 제창한 이유로서『동남아의 정정 불안은 경제적 빈곤에 비롯되고 있으나 서로 협력해서 경제 개발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듯이「볼티모어」구상과의 관련 유무를 제쳐놓고(일본 외무성은 관련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결과적으로는 동남아 각료 회의를 둘러싼 일본의 이해 관계는 합치되고 있다.
일본은 오는 7월 하순 동경의 서남방에 위치한「하꼬네」에서 제5회 미·일 무역 경제 합동위를 열기로 하고 미국과의 절충을 시작하고 있는데 이 자리에서 일본은 동남아 개발 각료회의의 토의 내용을 미국에 전하고 이 지역의 경제 개발에 관하여 적극적인 의견 교환을 가질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남아 각국이 개발계획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970년도에 9억7천9백만「달러」가 필요하다고 일본 외무성은 추계하고 있는데, 일본이 저개발국에의 원조를 1968년도에 이르러 선진국의 수준대로 국민 소득의 1「퍼센트」로 끌어올리더라도 8억7천만「달러」-그중 동남아 지역에의 할당은 많아야 4억「달러」로 보고 있으니 단기적으로나 장기적 원조 태세로나 이번 회의에서 동남아 각국에「실망감」만을 줌으로써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는지도 모른다는 자계론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24일 외교 관계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동남아 각료 회의의 의제를 보면「선진국으로부터의 원조의 다각화」가 그 복선인양 끼여 있다.
일본의 현 단계의 경제력으로 미루어 경제외교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일본의「아시아」외교는 필경은「동남아의 자원+미국의 자본+일본의 기술 및 자본」이라는 도식에 따라 대미 협조위에「이니시어티브」를 추구한다는 것으로 짐작된다.
「아시아」외교를 주도해 보겠다는 일본의 입장으로서는 한국이 주도하는「아시아」외상 협의에 동남아 각국과 함께 참여하는 것은 달갑지 않다는 것이 속셈인 성싶다.
4월 중순의「방콕」예비 회담에 박곡 주태 대사를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시킨다고 참가에의 태도를 표명했지만 주도 외교에의 배려에서「아시아」외상 회의를 「비정치적」인 성격의 것으로 공동화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 두달 앞서 개최되는 동남아 개발 각료 회의의 그늘에 묻히게 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은 것이다.
아뭏든 4월의 동남아 각료회의, 그리고 6월의「아시아」외상회의를 계기로 독자적인 외교노선을 계속할 것인지「이데올로기」선택을 뚜렷이 하는 대결 노선을 선명히 하게 될 것인지를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저울질 할 수 있을 것 같으며 그런 뜻에서도 이번 두 차례의 「아시아」지역 회의는 일본의「아시아」외교의「시금석」이라는 평가가 합당한 것이다. <강범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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