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질문에 어물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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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차관회의는 국가 중요 정책의 심의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는커녕 방담·한담장소처럼 되어가고 있다고 참석자들이 개탄.
정부 각부의 차관 및 처의 차관급들이 참석, 국무회의 안건을 심의하고 있는 이 차관회의에서 심지어 『×같은 소리하지마』 『무식한 소리 작작하오』 『공부 좀 더해 가지고 와요』등등 점잖지 못한 언사가 다반사로 오가고 안건 심의에는 전연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이래서 몇몇 차관들은 회의에 참석할 흥미마저 잃어버려 출석율도 극히 저조하다고-.
신한당 내 파쟁을 해소키 위한 윤보선 장택상 김도연 정일형 4자 회담은 윤씨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 마련한 것.
그런 만큼 회의는 처음부터 화기에 찬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는데 윤씨는 운영위가 합의한 사항을 뒤집고 창당 대회 당일 기습적으로 당헌을 수정한 일부의 행위를 『심히 불쾌하게 생각』하더라는 것.
회의에 참석한 네 사람이 모두 이같은 배신 행위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에 합의했지만 이에 관련하여 특정인의 책임을 추궁하는 문제는 거론치도 않은 모양.
장택상씨는 『특정인의 책임을 논의하면 이 문제를 재연케 하는 것』이라고 해설했는데 네 사람이 모두 조심스런 기분으로 인책 문제를 건너 뛴 듯.
당면 문교 정책에 대한 질의를 벌인 4일 하오 국회문공위에선 재일 교포의 교육 실태가 조련계의 침투 공작에 눌려 한심한 상태라는 야당의 갑작스런 기습 질문으로 정부를 당황케 했다.
사사로 지난 29일 도일했다가 4일 하오 귀국하는 대로 문공위에 나은 유청 (민중) 의원은 『일본에 있는 거류민단계 학교는 3개뿐이고 조련계 학교는 64개나 되는데, 지난달엔 조련계서 또 5개 학교 설립인가와 16개 분교 설치인가를 받아 북괴교육을 시키고 있어 일본 자민당에선 이를 막기 위한 교육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런 실정을 알고나 있느냐』고 추궁-.
갑작스런 질문에 성동준 문교차관은 어물어물. 그러자 여당 의원들까지도 『국교 정상화가 됐다고 교포 대책을 소홀히 하면 안돼요. 이런 판에 본국 정부선 낮잠만 자느냐』고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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