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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내리고] 쇠고기 값 급등, 배추 · 무 급락

중앙일보

입력

'육고채저(肉高菜低)'. 쇠고기 값은 높고 채소 값은 낮다. 요즘 시장물가의 특징이다. 쇠고기는 소비가 둔화됐는데도 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산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등에서는 아직 판매가격이 별로 안 올랐지만 산지가격의 상승세가 워낙 가팔라 소비자가격도 조만간 오를 전망이다.

농림부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우의 산지가격은 1㎏에 8천2백원 수준이다. 5백㎏짜리 한 마리에 4백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송아지 값도 크게 올라 생후 4~5개월 짜리가 2백만원선이다. 모두가 사상 최고치다.

롯데 마그넷의 김종구 바이어(축산물 담당)는 "지난해만 해도 ㎏당 5천7백~6천원선이던 산지가격이 30% 이상 올랐는데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이 지났는데도 산지가격이 오르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생우 수입이 개방되고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축산농가의 사육두수가 줄어왔고 ▶일본 등지의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 쇠고기 수요가 크게 줄어 한우값이 상대적으로 오른데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도축이 집중돼 산지출하량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한우 사육두수는 1998년 이후 꾸준히 줄어 최근에는 1백50만마리를 밑돌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6월의 최고치(2백93만마리)에 비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암소.수소.육우를 가리지 않고 가격이 올라 수소의 가격이 암소에 육박하는 기현상까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배추와 무의 가격은 많이 떨어졌다.김장철이 멀어 본격적인 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다 올해는 태풍의 영향이 없어 작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무 한 개의 매입가는 7백원, 배추는 한 포기에 8백원 정도로 한 달 전의 1천2백~1천3백원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격 약세에 따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등에는 남부지역 배추.무의 출하가 예년보다 늦어지고 있다.

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남부지역에서 출하가 주춤해지면서 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했으나 소비감소와 물량증가로 약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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