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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환경·에너지 같은 소프트 이슈부터 주도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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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 앞에 펼쳐질 대외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북한·미국·중국·일본 역시 리더십 교체가 이뤄졌다. 미·중의 패권 경쟁과 중·일의 아시아 맹주 다툼이 가열될 조짐이다. 이런 가운데 새 대통령은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견국가로 도약한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 차원에서 외교·안보 청사진을 모색해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03년. 8·15 경축사 요지는 이 한마디로 압축됐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어느 쪽에 기댈 것인가를 놓고 편을 갈라서 싸우다가 치욕을 당하는 그런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미국·중국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겠다는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곧 외교·안보 정책 목록에서 모습을 감췄다. 한국의 외교역량을 도외시한 비현실적 구상이란 평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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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일이지만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한국이 외교·안보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잡는 것과 ‘과욕’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새 대통령이 집권 청사진에 담아야 할 생존전략의 3대 키워드를 ‘평화·안정·신뢰’로 꼽는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분쟁과 갈등은 모든 걸 깨버린다”며 “평화가 위협받으면 성장과 분배, 복지 논쟁 등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2기 미 행정부와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등 일련의 리더십 교체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는 긴박해졌다. 집권 2년차를 맞는 북한 김정은 체제는 로켓 발사에 이어 추가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중·일 3국 간 영토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26일 출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새해 들어서도 중국과 팽팽히 맞설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으로 촉발된 한·일 간 불협화음도 당장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취임선서 후 맞닥뜨려야 할 첫 숙제도 그래서 외교·안보와 북한 이슈가 될 공산이 크다.

 박 당선인 측 윤병세 전 국민행복위원회 외교통일추진단장은 “최근 10여 년 북핵에 몰두하던 한·중·일이 영토갈등이란 악재까지 만났다”며 “특히 한·일 문제는 가장 어려운 외교 현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때일수록 ‘신뢰’를 바탕으로 한 ‘안정’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당선인도 집권플랜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대선 기간 중 내놓은 외교정책에는 특히 미국·중국과의 조화롭고 협력적인 관계 조성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인도·호주 등 남방의 부상하는 경제권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밑그림도 구상에 포함됐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박 당선인은 역내 경쟁의 완충을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대중국 관계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며 “아시아 중견국과의 외교·경제·안보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중의 틈바구니와 아시아 중견국가들의 얽힌 이해 속에 ‘조화로운 국익’을 추구하는 것은 난제일 수밖에 없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 역량으로 볼 때 중재외교 같은 파워를 발휘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교통·환경·에너지 같은 이슈는 중견국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주도적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핵 안보정상회의 개최 같은 ‘장소 제공’을 통한 가교국가 역할, 아시아 국가의 ‘허브’ 기능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G2는 고래 같은 존재들이지만 최근엔 다들 허덕이고 있다”며 “우리가 아시아를 위해 줄 수 있는 자산을 내놓고 유엔 등 국제사회가 뒷심을 보탠다면 한국은 아시아 시대의 선도국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다가올 세계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어젠다로 제시한 동아시아 금융안전망 강화도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대북제재 국면에선 늘 북한을 감싸는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같이 어려운 문제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최근 한국 주도의 통일을 강조하면서 통일(Unification)과 이니셔티브(Initiative)를 합친 ‘유니셔티브’란 개념을 제시했다. “남북한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선 중국을 설득해내는 게 과제”라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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