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흔들 「키」 정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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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월남의 「구엔·카오·키」 정권은 살기를 안고 몰아치는 반정부 「데모」 바람으로 「가장 잔인한 달 4월」을 맞고 있다.
4주일 전 제1군사령관 「구엔·찬·티」 장군의 해임으로 발달된 「다낭」·「후에」에서의 항의 「데모」는 마침내 「사이공」의 심장부로 확대되면서 「데모」의 성격도「티」장군 해이 반대에서 「키」정권 타도,『미국 물러가라』로 악화되어 사태는 급박의 도가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3일 밤 「키」수상은 드디어 이번 「데모」 사태의 진원인「다낭」시를「적색 도시」로 선포하고 일각의 지체없이 정부군을 투입하여 「다낭」을「해방」하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다낭」과「후에」는 해임된 「티」장군이 지휘하던 제1군의 관할 지역으로서「사이공」의 중앙 정부보다는 제1군사령부의 명령을 더욱 충실히 따르던 곳이다. 군인·경찰·공무원에 의한 반정부 「데모」는 이 고장 사람들의 중앙 정부 불신의 풍조를 대변한다.
지난 2일만 해도 「후에」를 누비고 반정부 「데모」를 벌인 5천명의 군중은 정복 입은 군인·경찰관과 공무원들이었다.
그들은 『국가 지도 위원회의 명령을 뒤따르겠다』『미국은 물러가라』고 공공연히 아우성을 쳤다.
이날 밤 「사이공」에서는 3천명의 불교 학생들이 통금 시간도 아랑곳없이 방송국과 포위하고 미국인에게 봉변을 주는 실력 행사를 함으로써 「다낭」과 「후에」의 반정부 구호에 호응했다.
이런 사태 아래서 섣불리 「사이공」의 정부군을 「다낭」에 투입한다면 제1군의 반격을 받아 월남군끼리의 일전이 벌어질 위기가 전혀 없진 않다. 「키」수상은 제 1군 관할 지역에서 제 1사단과 제 2사단이「사이공」정부를 지지한다고 자신만만하게 밝혔다.
그러나 약2개의 사단 병력에 얼마나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인지는 실전이 전에는 어디까지나 미지수이다. 「키」수상 자신은 그럴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다낭」지역의 미 해병대 50만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할 최대의 힘의 배경으로 삼을 눈치이다.
그러나「키」수상의 말대로「다낭」시장 하나를 잡고자 미군의 힘을 빌린다면 그 부작용은 더욱 맹렬한 반미 감정의 폭발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계산할 때「문무백관」을 거느리고 행한「키」수상의 강권 발동 선언은 그가 입버릇처럼 말해 온 현 정권 총 퇴진을 각오한 조처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민정을 약속하고, 「데모」대는 민정을 요구하고, 미국 대사는 민정을「촉구」하는 일정이 현 사태 수습의 유일한 열쇠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고·딘·디엠」이후의 짧은 역사가 말하듯 중구난방의 엇갈린 이해관계 밑에 들어서는 민정은 만능의 선약을 안다.
문제는 「다낭」에 있는「키」수상의 정적「쿠엔·반·만」시장·「티」장군, 그리고 불교 지도자들의 힘의 총화는 어느 때, 어떤 정권이든지 그 뿌리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안정된 「키」 정권 밑에 「베트콩」 소탕에 결승을 거두려는 「존슨」 미 대통령, 미국의 「후견」으로 정국 안정을 꾀하는「키」수상-
이 「전시콤비」의 「호놀룰루」 결의는 「적전 데모」의 아우성 속에 어쩌면 「키」 정권 붕괴의 위기까지 안고 시련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김영희 전 동남아 순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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