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식인상 등 수상 화려 … “과학 흥미 높이는 교수법 찾으려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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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배 교사는 “새로운 교수방법이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갈 형편이 아니었다. 중학생 때 이미 공업고등학교 진학을 염두해 뒀다. 생각한대로 공고에 입학했다. 고3 여름방학 때였다. 수석 졸업을 목전에 둔 상황이었다. 졸업 후 돈 벌려는 소년을 담임이 말렸다. “너는 무조건 대학 가야 한다. 합격하면 길이 다 생기는 법이다.”

 1979년 소년은 충남대학교 공업교육대학에 입학한다. 아버지에게 입학금만 받고 학교가 있는 대전으로 갔다. 생활을 해야 하니 돈이 필요했다. 고등학교 시절 따뒀던 가스기사 자격증이 요긴했다. 그는 대학 입학과 함께 가스회사에 취직해 공부와 일을 병행했다. 대학 졸업 후, 1985년 그는 교사가 됐다. 이후 학생들을 위한 과학 교육에 매진했다. 눈 깜짝할 사이 28년이 흘렀다. 청년은 어느덧 중년이 돼 있었다. 이홍배(52) 잠신중학교 과학 교사 얘기다.

 이 교사는 교직생활 동안 성과를 냈다. 2006년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2007년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신지식인상’을 받았다. 2010년엔 교과부·전자신문이 주최한 ‘제2회 창조과학 인재양성학교 및 교사 선발 공모전’에서 우수교사로 선정됐다. 같은 해 한국발명진흥회 주관 ‘제8회 발명장학생선발’에서 발명장학생 최다 배출교사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서울시교육청에서 시행해 일정 시험을 거쳐 선발되는 ‘수석교사’가 됐다. 지난해 6월엔 ‘우산 건조 살균시스템’을 특허 등록했다.

 학생 교육에도 힘썼다. 1997년 아주중에서 캐릭터창작동아리를 만들었고 2001년엔 용곡중에서 로봇동아리를 만들었다. 이 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로봇제작업체를 찾아가 원리를 배우기까지 했다. 2006년부터 ㈔한국학교발명협회 주관 ‘대한민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한국창의력교육협회 주관 ‘한국학생창의력올림픽’에서 그가 지도하는 학생 동아리가 대상·금상·동상을 받아왔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기존 교수 방법으론 학생들의 수업 몰입도를 높일 수 없어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야 해요. 수업시간에 스마트폰 화면을 교실 스크린에 비추면 아이들이 열광하죠.”

 새로운 교수방법은 그냥 얻어지지 않았다. 조사와 연수로 인한 결과물이었다. “콜로라도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phet.colorado.edu/ko)엔 수학·과학 관련 시뮬레이션 동영상이 9000만 개나 있어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 하는 사이트(scienceall.com)도 자주 활용하는 곳이죠. 이런 사이트를 발견하면 마치 금맥을 찾은 기분이라니까요(웃음). 또한 교육기관, 민간업체에서 연수를 많이 받았어요.”

 그가 말하는 과학 잘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먼저 ‘독서’라고 답했다. “분야에 상관 없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독서는 창의력을 높여주죠. 제가 가르치는 정보과학영재 20여 명에게 판타지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쓰게 했죠. ‘왜 우리가 이런 책을 읽어야 하나’라는 의문을 품는 아이도 있었죠. 후엔 많은 걸 깨달았다고 하더군요.”

 평소 의문점이 생기면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교사가 있다면 바로 질문해야 한다. 예·복습은 필수사항이다.

 체험 활동도 권했다. “최근 수능에선 응용력이 필요해요.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이를 키울 수 있죠. 미술관에 가서도 과학을 배울 수 있거든요.”

 국·영·수 위주의 교육환경에 대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냈다. “그게 나쁜가요? 이 과목들을 잘해야 과학도 잘할 수 있어요.”

 물론 그는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길 바란다. “아이들이 과학엔 관심이 적어요. 수업시간에 ‘여기 좀 봐’가 아니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죠. 관심을 높이기 위해 몸부림 치는거죠. 하하.”

  글=조한대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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