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하나 없어…" 충남도청 직원들 '밥 줄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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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신도시 충남도청 신청사로 첫 출근한 공무원들이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홍성=프리랜서 김성태]

2일 낮 12시30분 충남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충남도청 신청사의 지하 1층 구내식당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직원 수백 명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10여 분씩 줄을 서 있던 도중 식당 직원이 “점심 메뉴인 떡국이 동났다”고 외쳤다. 식당 측은 급히 밥을 지어 남은 떡국 국물에 말아 먹게 했다. 이날 구내식당 측은 도청 직원 전체에 해당하는 1300명분의 식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민원인들까지 몰려오는 바람에 식사가 부족해진 것이다.

 이날은 충남도청이 80년간의 대전청사 시대를 마감하고 내포 신청사로 옮겨와 업무를 시작한 첫날이었다. 직원 A씨는 “첫날부터 식사전쟁을 치렀는데 앞으로 신청사에서 공직생활을 하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신청사 주변 4㎞ 이내에는 식당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구내식당의 북새통을 피하려면 택시를 타고 홍성읍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최근 폭설로 도로가 얼어붙어 외부로 나가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신청사는 홍성·예산 경계 지역에 새로 조성 중인 내포신도시의 중심부에 10만9000㎡ 규모로 들어섰다. 하지만 주변은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다. 7층짜리 청사 이외에는 아무런 건물이 없다.

 직원들은 ‘식사전쟁’뿐 아니라 ‘통근전쟁’까지 치러야 한다. 직원의 70%가 기존 도청 소재지인 대전에서 출퇴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 인근 지역으로 이주해 온 직원들도 대부분 단신 부임한 ‘나홀로 세대’들이며 가족과 함께 이사해 온 직원은 1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도는 이주하지 않은 직원을 위해 앞으로 4개월간 대전과 신청사를 오가는 통근버스 20대를 운영한다. 감사위원회 직원 김미옥(44·여)씨는 “대전 집에서 도청까지 편도로 1시간 반 거리라 오며 가며 너무 피곤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당장 이주할 곳도 마땅치 않다. 신도시에는 계획상 내년 말까지 아파트 2738가구가 들어선다. 하지만 이달 말까지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는 885가구뿐이다. 쇼핑·의료·학교 등 편의시설은 더욱 열악하다. 충남도는 신도시에 종합병원을 유치할 계획이지만 용지 분양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다. 병원용지 분양가는 3.3㎡당 246만원이다. 또 대학이나 명문고 유치작업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도청 관계자는 “대학 정원에 비해 입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 유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희태 정무부지사는 “새해를 맞아 업무를 시작한 도청 이외에 교육청(3월), 경찰청(10월) 등 도 단위 기관들이 추가로 옮겨와 어느 정도 상주 인구가 확보되면 상권도 생겨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포신도시=충남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대 995만㎡에 2조1624억원을 들여 인구 10만 명 규모로 조성하는 게 목표다. 도청과 교육청·경찰청을 포함해 대전에 있는 도(道) 단위 기관·단체 121개가 차례로 이곳으로 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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