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표 축구엔 베스트 11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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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원 신임 감독(오른쪽)이 이끄는 수원 삼성이 2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클럽하우스에서 새해 첫 훈련을 시작했다. 예상보다 훈련 강도가 높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밝았다. 서 감독이 맨 뒤에서 뛰며 선수들의 러닝 훈련을 독려하고 있다. [화성=김진경 기자]

“재미있게 하자. 그러나 진지함을 잃지는 말자.”

 서정원(43) 감독 체제로 거듭난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첫 훈련과 함께 새해의 문을 활짝 열었다. 경기도 화성시 소재 클럽하우스에서 코칭스태프 전원과 국내파 선수 31명이 모여 한 시간 반 동안 구슬땀을 흘렸다. 영하 10도의 매서운 한파 탓에 선수들의 입에서 연신 뜨거운 입김이 쏟아져 나왔지만, 강추위도 선수들의 의욕과 열기를 가로막지 못했다.

 지난해 말 수원의 4대 사령탑으로 취임한 서 감독은 첫 훈련을 앞두고 선수들과 모여 선 자리에서 한 가지를 당부하고 한 가지를 약속했다. 우선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말 것을 요구했다. “훈련이든 실전이든 즐거운 마음으로 뛰어야 한다”고 언급한 그는 “여러분을 위해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할 수 있다’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평무사한 선수 기용을 약속했다. 서 감독은 “어떤 경기에서든 그라운드에는 최고의 선수 11명이 나서겠지만, 앞으로 우리 팀에서 ‘정해진 11명’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가장 컨디션이 좋고, 해당 포지션에 잘 어울리는 선수가 출전 기회를 얻을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실력과 상관없이 차별받는 일은 없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말했다.

 트레이닝의 강도는 생각보다 셌다. 첫 훈련인 만큼 가볍게 몸을 푸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그 이상을 요구했다. 신체의 주요 근육을 강하게 자극하는 코어 트레이닝으로 워밍업을 마친 뒤 600m 가까이 되는 트랙 10바퀴를 돌도록 했다. 이후 볼을 이용한 마무리 훈련으로 감각을 깨웠다. 땀이 비 오듯 떨어질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부터 솔선수범했기 때문이다. 서 감독을 비롯해 이병근(40) 수석코치, 최성용(38) 코치, 고종수(35) 코치 등이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서 감독은 “수원의 새 코칭스태프는 젊지만 각자 선수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됐다”면서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픈 코칭스태프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첫날부터 함께 뛰었다”며 웃었다.

 수원의 올 시즌 목표는 ‘공격축구’와 ‘재미있는 축구’다. 서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마인드를 심기 위해 훈련 프로그램에서부터 볼을 다루는 세세한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면서 “공격축구를 하려면 기존보다 한 발짝 미리 움직여야 하고, 한 템포 빨리 생각해야 한다. 안정감 있는 경기 운영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모험도 필요하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다져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원다운 공격축구를 향해 가다 보면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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