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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와 자연법 사상|권영백 박사 강연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권영백 박사(고대 강사·법철학)는 26일 신문회관에서 열린 「가톨릭」사회과학연구소 (소장 김태관 신부) 창립 1주년 기념강연회에서 근대화론을 비판 검토했다.
그는 유행어가 되다시피 범랑하고 있는 「근대화」란 말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며 그 방향과 기준이 무엇인가고 묻는다.
-우리는 잘 살아보자고 떠드는데 어떻게 살면 잘 사는 것이 되는가? 경제를 번영시키면 되는가, 외국의 제도를 흉내내서 형식적으로 삼권을 분립시켜 놓으면 그게 근대화인가, 어느 국회의원의 말을 좇아 초가집을 없애면 되는가.-그는 경제의 번영을 위해서 독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외국의 법제도가 들어왔으나 입법기관이 제구실을 하고 있지도 못하고 재판이 믿을 만한 것이 되지도 못하다. 초가가 없어지고 고층 건물이 서도 그것이 가치 있는 것일 수 없다.
근대화는 인간의 가치, 개인의 존엄성을 자각하고 이를 현실사회 생활에서 실질적으로 널리 실현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남의 수준에 좇아가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는 일을 성취하려고 백성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본말의 전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무리한 경제개발의 과잉 의욕에 앞서 내면정신의 근대화가 선결문제이고 그 지도정신은 자연법 사상이라고 권 박사는 방향을 제시했다.
인간 존중의 바탕 위에서 자연의 질서, 사물의 이치를 따라 근대화가 추진돼야 한다. 우리의 고유한 전통·풍속·현실의 여건에 알맞고 실제로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 이념도 의욕도 현실의 제약을 도외시하고는 내용을 가질 수가 없다.
비약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므로 흥분 과격한 정열은 무익한 것이다.
그는 『근대화를 추진하는 정신이 비근대적이어서는 안되고 주체성은 현실의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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