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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팽창 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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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시는 문화 및 경제성장의 원점,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과대증으로 인간이 상실되는 근거지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는 최근 「근대화 무드」의 첨병으로 등장해왔다. 그러나 본격적인 근대도시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은 멀리 한·합병 후, 60여년이 되지만 해방과 6·25 전란을 통해 급격히 팽창했다. 그 반면으로 농촌의 피폐 때문에 무질서하게 자라게 되고. 「안전」과 「위험」을 함께 안고 자라는 한국의 도시, 그것이 지닌 문제점은 무엇인가. 서울과 부산·대구·인천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대도시의 건강을 진단한다.
한양 서울은 인구를 두 배로 늘리는데 5백년이 걸렸다. 그러나 오늘의 서울은 반세기 동안 17배가 불어났다. 공칭인구 3백 50만. 그 중 1백50여만 명이 도심으로 몰려 들었다간 저녁때 변두리 주택가로 되돌아간다. 밤과 낮 사이에 썰물처럼 움직이는 「시민의 대이동」- 여기에 교통 지옥이 있고 「도시한국」의 고민이 비롯된다.
자동차에 정원이 있다면 도시에도 정원이 있어야 할 것. 그러나 한국의 도시에는 정원은 있어요 그것을 지켜나갈 차장이 없다.
공공시설은 빈약하기 짝이 없고 정원 책정보다 인구증가가 앞서는 우리의 도시는 계획의 「제로지대」-.
도시문제 연구가 손정목씨는 이대로 방치해 두면 20년 후의 주요도시의 「매인 스트리트」는 사람이 사람에 밀려가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하다. 마치 「크리스머스·이브」의 명동 거리처럼-.
비교적 안정되고 부유한 농촌인 경북 안동의 하회부락은 해방 후 18년간 고향을 등진 사람이 전 부락민의 64.4%나 되었다. 청구대 김택규 교수는 그 대부분이 새 살길을 찾아 도시로 갔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79%가 「현업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8·15 당시 12개 도시(부) 1백90만이던 남한의 도시 인구는 64년 현재 32개 도시 9백2만으로 늘어나고 도시 인구율(전국인구 중 도시인구가 점하는 비율) 12%에서 35%로 불어났다. 이러한 도시집중의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아담」과 「이브」가 지구 위에 5백만의 자손을 퍼뜨리기까지에는 50만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 인구라면 한달 만에, 그리고 21세기의 우리의 자손들은 단 6일에 이만한 숫자의 후손들을 퍼뜨릴 수가 있다. 이와 같이 급증하는 세계인구의 2할 가량인 6, 7억이 이미 도시인구, 백만을 넘는 이른바 국제도시만도 84개나 된다고 64년의 「유엔」통계는 밝히고 있고 20세기말에는 전 인구의 90%인 50억이 도시에서 살게 될 거라는 관측이다.
도시 지리학자 「G·테일러」는 도시 인구율이 50%를 넘어야만 비로소 그 나라의 생활양식이 근대화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이 상태로 가면 10년 이내에 50%선은 넘을 것이라고 도시 문제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 동양의 도시 팽창과 서구의 그것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서구의 도시가 19세기의 상공업의 발달로 농촌의 유림 노동력을 끌어낸 데(유인) 반해 우리의 도시는 사회적·경제적 불안으로 농촌에서 밀려나온(추출) 과잉인구를 준비 없이 받아들여 비대해진 것이다.
62년 농협 조사는 우리나라 총 농토 2백5만 정보를 경작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을 5백만명으로 잡았다. 지금의 농촌인구 1천5백만명에서 노유자를 뺀 노동가능인구는 약 8백 50만, 그 중 잠재실업자인 3백 50만명은 어차피 농촌을 떠나야 될 운명에 놓여 있다. 경제기획원의 추계대로 인구증가율 2.88%가 계속된다면 34년 뒤의 한국의 인구는 1억, 가족계획을 철저히 시켜 1.6%로 묶어둔다 해도 7천만의 대식구가 될 때 농촌의 엄청난 실업인들의 발길은 도시로 도시로 향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경우 취업인구 76만여명 중 3차 산업 종사자가 70%, 그 중 공무원 운수업「서비스」업 등을 제외한「기타유업」이 역시 70%, 「기타유업」을 「구멍가게를 주축으로 한 영세 상인」이라고 설명하는 서울시 당국은 실업자와 함께 태반이 요 구호대상자라고 말한다. 이들 대부분 구호대상자는「망향의 무리 - 그래서 도시는 「전국의 식민지」라고 한다. 무작정한「향도」는 품팔이꾼으로, 행상으로, 윤락으로, 비행소년으로, 「보도인구」만 늘게 했고 거기서 파생한 갖가지 병폐는 도시를 질식시키고 있다. 헤어날 수 없을 정도로-. <박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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