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시안게임 선수촌 없어 비상

중앙일보

입력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내년 10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리는 제8회 부산 아태장애인경기대회(장애인아시안게임) 때 사용할 선수촌이 확보되지 않아 대회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와 장애인경기대회조직위는 장애인경기대회 선수촌을 별도로 짓지 않고 아시안게임 선수촌을 활용한다는 방침에 따라 선수촌 건립자인 대한주택공사에 용도변경을 요청했으나 주공측이 최근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부산아시안게임(2002년 9월 29일~10월 14일) 직후 42개국 2천5백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장애인아시아게임이 국제적인 망신을 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주먹구구식 행정=장애인경기대회는 부산아시안게임 준비가 한창이던 1998년 5월 뒤늦게 유치됐다.

부산시는 99년 1월 해운대구 반여동에 20개동 2천2백90가구의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를 짓기로 대한주택공사와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주공은 곧바로 선수촌 공사에 들어갔으며 부산시와 장애인대회조직위는 기초공사가 한창이던 99년 9월 "장애인경기대회 선수촌으로도 사용하게 해달라"고 주공에 요청했다.

주공측은 "설계가 장애인 전용으로 돼 있지 않다"며 거부의 뜻을 밝혔다.

이에 부산시와 장애인대회조직위는 "장애인 보조시설을 설치하는 선에서 방법을 찾아보자"고 거듭 사용을 요청했고,주공측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부산시와 장애인대회조직위는 지난 7월 "장애인경기대회 선수촌 협약을 정식으로 하자"고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

◇ 주택공사 입장=주공은 99년 1월 부산시와 맺은 선수촌 건립 협약은 아시안게임 선수.기자촌으로만 사용한다는 조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대회 선수촌으로도 사용할 경우 2천여 분양자들의 반발이 우려되고 위약금도 물게돼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장애인경기대회 선수촌으로 사용하려면 ▶아시안게임 직후 장애인시설을 설치해야 하고▶다시 입주자에 맞게 대규모 보수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입주시기 지연과 추가 공사비 투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내년 6월 준공되는 선수촌에는 2003년 4월부터 일반 분양자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 대책=부산시 배광효(裵光孝)장애인경기대회 지원과장은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를 사용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주공측과 계속 협의를 벌여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주공 관계자는 "추가 공사비·하자책임·위약금 문제 등에 대해 부산시와 장애인조직위가 책임을 진다면 방법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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