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입철강 산업 피해 판정

중앙일보

입력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2일 수입 철강 제품으로 인해 자국의 철강산업이 피해를 봤다는 판정을 내렸다.

피해 판정을 받은 품목은 조사 대상 33개 가운데 절반인 16개였는데, 여기에는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주로 수출하는 냉연.열연강판 등 주요 품목들이 포함돼 있다.

ITC는 수입 철강으로 인한 피해 대책을 오는 12월 19일 품목별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부시 대통령은 내년 2월 19일까지 이 건의안을 바탕으로 한 긴급 수입제한 조치(세이프 가드) 발동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번 피해 판정은 지난 6월 부시 대통령이 직접 ITC에 피해 조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철강업계는 1998년부터 철강산업 보호를 요청하며 정부에 각종 압력을 행사해 왔다.

현재 세계 철강산업은 수요보다 공급이 10% 이상 많아 가격이 최근 2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출혈 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그 여파로 미 철강 회사들은 최근 3년 새 26개가 도산하는 등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주엔 미국 3위인 베들레헴 철강이 사실상 도산했으며,1위인 US스틸은 22일 3분기 적자가 2천3백만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피해 판정에 대해 수출국들은 "미국이 합병 등을 통해 비효율적인 생산체제를 정비할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보호무역 조치를 취해 다른 나라 철강 회사들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WTO 제소 등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는 다음달 5~9일 개최될 ITC 구제 조치 관련 공청회에 대표단을 파견, 우리 입장을 적극 표명키로 했다.

산자부는 이날 장관 명의의 성명서에서 "이번 판정은 자유롭고 공정한 철강 교역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수현 기자 shi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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