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하고 따뜻한 무대-극단「탈」공연 「꿀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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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래간만에 실로 우리는 따뜻한 연극을 볼 수 있었다. 서울 YMCA극단「탈」의 제5회 공연 「쉴라·덜래니」작 한기철 역 「꿀맛」이 23, 25, 26일 YMCA강당에서 이재영 연출로 상연된 것이다.
간명 능숙한 번역 때문에 영국에서 벌어지는 얘기들이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는 않다. 또 이 연극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람이 여전히 「아마추어」적이라는 데서 우리의 인상은 여간 깨끗하고 소박한 것이 아니다. 정말이지 어느 사교계 「볼·룸」에서 잠시 맛본 산뜻한 청량제다.
따라서 전문적으로 평가하기엔 여러 가지로 미흡한 연극이기도 하다.
첫째로 이 연극에는 연출자가 보이지 않는다. 「리듬」이 없는 극의 흐름은 고사하고라도, 소박하고 덜 훈련된 연기자의 좁은 한계성이 너무도 드러난다. 연기자의 창의성이랄까 창의성을 존중해줬다는 변명이 있을 법하나 실은 그것은 연출자가 정학한 청사진을 미리 완성하지 못했다는 얘기인 것이다.
기대를 걸어 볼만했던 「조세핀」(김신자)과 「제프리」(권성덕)는 둘 다 자기 역을 옳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일치된다. 실상 우리의 생활 감정은 이들 「조세핀」이나 「제프리」를 이해하기엔 너무 거리가 있는 것이다. 「꿀맛」은 아늑하고 친근하고 따뜻한 사랑스런 무대였다. 그토록 꿀맛처럼 달콤했지만 역시 취미기질에서 한걸음 더 발전하지 못한 「탈」의 연극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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