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쬐 새 품종 화초 만드는 법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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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유장걸 교수팀은 최근 국내 최초로 방사선을 이용, 야생화인 갯쑥부쟁이를 관상용 꽃(화훼품종)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해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갯쑥부쟁이(사진 왼쪽)는 연보랏빛으로 꽃잎이 보통 23장인데 꽃잎 사이가 촘촘한 것도 있고 벌어진 것도 있다.

유교수팀은 갯쑥부쟁이 씨앗에 약한 방사선을 쬐어 훨씬 선명한 보랏빛을 띄고, 32장의 꽃잎이 고르게 늘어선 꽃(사진 오른쪽)을 피우는 새 품종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또 꽃 지름이 1㎝로 야생 갯쑥부쟁이의 5분의1에 불과한 미니 꽃, 키가 15㎝ 정도로 화분에서 키우기에 적당한 난쟁이 꽃도 만들어 냈다. 보통의 갯쑥부쟁이는 60㎝~1m까지 자란다. 잎의 반쪽은 초록이고 반쪽은 노란 품종도 연구 과정에서 탄생했다.

방사선을 이용한 화훼품종 개발 기술은 쪼이는 양에 따라 다양한 품종이 나오는 데다 새 품종 개발 기간이 짧아 선진국에서는 이미 상용화해 있다.

대표적인 화훼 국가인 네덜란드는 이를 이용해 자연에는 없는 연한 주홍빛 백합, 검은 점이 없는 백합 등을 만들어 수출까지 한다.

일본에서는 병충해에 강한 배.사과를 만드는데 방사선 기술을 이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 품종에는 잔류 방사선이 없다. 또한 유전자 조작 식품처럼 일부 유전자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연결만 살짝 끊어주는 정도여서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게 관련 학자들의 설명이다.

연구팀의 오병권 박사는 "해국.털머위 등 다른 야생화를 대상으로 한 신품종 개발도 할 계획"이라며 "고유의 야생화를 바탕으로 희귀한 꽃들을 만들어 내면 우리도 세계적인 꽃 수출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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