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몇승 하면 신인왕 따죠? 글쎄 나도 노려볼까, 신인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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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류현진(LA 다저스·왼쪽)과 임창용(시카고 컵스)이 지난 연말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식 기자]

“축하한다.”

 임창용(37·시카고 컵스)이 류현진(26·LA 다저스)에게 인사를 건네며 악수를 청했다. 먼저 와 기다리고 있던 류현진이 해맑게 웃었다. 둘은 출국에 앞서 지난달 말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임창용과 류현진은 지난해 12월 나란히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스케일은 차이가 컸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포스팅(경쟁입찰)에서 2573만 달러(약 280억원) 이적료를 써낸 다저스와 협상해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390억원)에 계약했다. 한화의 ‘소년 가장’은 LA의 ‘청년 재벌’이 됐다. 반면 임창용은 컵스와 조용히 계약했다. 계약금이 10만 달러(약 1억원)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면 2년 최대 500만 달러(약 53억원)를 받을 수 있지만 보장된 액수는 아니다. 일본 야쿠르트에서 최고의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임창용은 지난해 7월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곧장 빅리그로 가지 못하고 마이너리그에서 첫걸음을 내딛는다. 그래서 후배에게 먼저 축하를 전한 것이다. 2013년, 새롭고 큰 도전을 앞둔 둘의 출정식에 본지 기자가 합석했다.

 - 괜히 끼어서 미안하다. 평소처럼 편하게 얘기하시라.

 임창용 “야~. 현진이 지갑 봐라. 빵빵하네. 난 지갑에 5만원권 세 장뿐인데.”

 류현진 “헤헤. 아니에요 형. 이거 다 카드예요. 신용카드도 아니고 체크카드.”

 - 임창용 선수가 선배고, 류현진 선수는 대박을 터뜨렸다. 오늘 밥은 누가 사나.

 임 “내가 사야죠. 미국에서도… 내가 사야겠구나.”

 류 “헤헤.”

 임 “영어는 잘하냐? 외국인 선수들과는 잘 놀던데.”

 류 “아뇨. 한국에서 용병 선수와 노는 것과 미국에 가서 영어 쓰는 건 전혀 다른데….”

 - 계약 후 어떻게들 지냈나.

 류 “LA에 있는 동안 한국식당에서 에이전트(전승환 이사)와 저녁을 먹으며 맥주 한두 잔씩 했어요. 근데 교민사회에서는 ‘류현진이 술 많이 먹는다’는 소문이 났나 봐요. 며칠 뒤 아빠(류재천씨)가 전화해서 ‘너 이놈, 무슨 술을 그리 먹고 다니냐’고 야단치시는 거예요. 소문이 무섭더라고요.”

 임 “계약 후 사회단체나 보험회사에서 전화 많이 오지? 나 지난해 야쿠르트와 계약(2+1년 최대 15억 엔·약 185억원)했을 때 엄청나게 왔는데.”

 류 “아뇨. 헤헤. (류현진은 부모님께 통장을 맡기기로 했다.)”

 - 계약 뒷얘기를 해달라.

 류 “계약 마감 시한 30초 전까지 버텼어요. 마이너리그 옵션을 넣으려 하길래 ‘계약 안 한다. 한화로 돌아간다’고 했어요. 말 던져놓고는 속으로 긴장했죠. 그랬더니 20초 남겨두고 원하는 대로 해주더라고요. 변호사가 계약서 작성을 마무리하고 팩스를 보내더니 ‘1초 남았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임 “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에서 뛰다니 정말 잘됐다. 그런데 네 포스팅할 때 자꾸 내 얘기 나오더라. 아, 민망해. (임창용은 2002년 포스팅에 도전했다가 응찰액이 65만 달러에 그쳐 미국 진출을 미뤘다.) 그때 실망하긴 했지만 ‘언젠간 꼭 미국에 가겠다’는 마음은 변함없었어. 10년이 지나 기회가 닿았지만 ‘도전’이라고 하기엔 거창해. 가고 싶은 길을 가는 거지. 재밌을 것 같아.”

 - 홈 구장은 어떤가.

 류 “우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을 때 다저스타디움에 가봤잖아요. 라커룸은 새로 바꾼다고 하던데요.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이라) 좋지요.”

 임 “부럽다.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는 100년 된 구장(1914년 개장)이래. 아, 오래됐더라. 내가 한국에서 뛸 때 광주구장이나 대구구장이 30년 됐다고 낡았다고 했잖아. 그런데 야쿠르트 진구구장은 80년 됐고, 컵스는 100년 됐대. 컵스는 새 구장 지어준다고 해도 전통을 보전한다고 싫다고 한다더라.”

 - 같은 내셔널리그에 있어서 자주 만나겠다.

 임 “한국 선수들끼리 싸우는 거 정말 싫어. 현진이는 선발이고 난 불펜이니까 맞대결은 아니잖아요. 각자 최선을 다했는데 ‘누구 승, 누구 패’ 이렇게 기사 나오는 게 부담스러워요. 현진아, 야구장 밖에서 만나자.”

 - 둘 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인데.

 류 “어느 정도면 신인왕 할 수 있어요? 10승 이상? 20승 하면 사이영상 탈 수 있나. 하하. 첫해 잘하고 싶어요. 2006년 한화에서 데뷔했을 때(투수 3관왕과 MVP)처럼요.”

 임 “난 재활훈련이 7월께 끝날 거 같고, 잘되면 8~9월께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것 같아. 음, 그럼 2014년 신인왕을 노려야 하나. 곧 마흔 살인데….”

 - 서로에게 뺏어오고 싶은 점 하나씩 꼽아달라.

 류 “창용이 형 스피드요. (임창용은 일본에서 최고 시속 160㎞를 기록했다.)”

 임 “이제 나이 들어서 그렇게 안 돼. 난 현진이 유연성이 부러워. 너는 완투할 때도 하나도 안 힘든 것 같더라. ”

 류 “저는 경기에서는 많이 던져도 괜찮아요. 근데 불펜피칭은 너무 힘들어. 신인 때 캠프에서 100개 던져본 게 최다 투구수예요.”

 - 2013년이 밝았다. 각자의 소망,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씩.

 임 “재활치료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가족들 모두 평안하고요. 현진아, 넌 네 야구를 마음껏 즐겨봐.”

 류 “저도 메이저리그에 멋지게 데뷔하고 싶어요. 200이닝쯤 던졌으면 좋겠는데. 형, 8월에 메이저리그에서 만나요. 그땐 밥 살게요.”

김식 기자

◆임창용은 …

-생년월일 : 1976년 6월 4일(음력)

-신체조건 : 1m82㎝·80㎏

-출신교 : 대성초-진흥중-진흥고-해태(1995~98)-삼성( 99~2007)-야쿠르트(2008~2012·일본)-시카고 컵스(2013·미국)

-주요 경력 : 시드니 올림픽(2000)·부산 아시안게임(2002)·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2009)

-프로 성적 : 총 763경기 115승79패296세이브 평균자책점 3.11(한·일 통산 18시즌)

◆ 류현진은 …

-생년월일 : 1987년 3월 25일

-신체조건 : 1m87㎝·98㎏

-출신교 : 창영초-동산중-동산고-한화(2006~2012)-LA 다저스(2013·미국)

-주요 경력 : 베이징 올림픽(2008)·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2009)·광저우 아시안게임(2010)

-프로 성적 : 총 190경기 98승52패 평균자책점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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