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못 볼 스타]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중앙일보

입력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 대표팀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그를 대표하는 ‘국보급’ 스트라이커 패트릭 클루이베르트(26·FW·바르셀로나)

‘스페인= 라울 곤잘레스’ ‘포르투갈= 루이스 피구’ ‘프랑스= 지네딘 지단’ ‘잉글랜드= 데이비드 베컴’ ‘네덜란드=클루이베르트’ 이듯 그는 대표팀이나 소속팀에선 없어선 안될 기둥 선수다. 그런 그를 아쉽게도 2002한·일 월드컵에서는 볼 수가 없게 됐다.

네덜란드가 유럽지역예선 포르투갈·아일랜드와 함께 ‘죽음의 조’에 속해 실력 발휘 한번 못해보고 무너졌다. 그래서 그의 폭발력이 넘치는 골을 볼 수가 없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클루이베르트는 지난 98 프랑스 월드컵을 자신에게 있어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으로 생각한다. 다혈질에 탁구공처럼 튀는 성격, 감독과의 불화 등 그는 길들여 지지 않는 망나니 같았다.

벨기에와의 예선 첫 경기. 후반 36분 상대 수비수와 말다툼 끝에 폭행, 퇴장을 당하면서 팀을 패배 위기로 몰고 갔다. 이후 예선 2경기를 징계로 벤치에서 쉬기만 하다 심기일전하고 출전한 8강전과 4강전에서 ‘퇴장’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서 전반 12분 선취득점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고 브라질과의 4강전에선 종료 3분 여를 남기고 극적인 슛을 성공시켜 일약 스타로 발 돋음 했다. 지난 2000 유럽선수권대회 유고와의 8강전에서 4골을 몰아넣었으나 경기 후 ‘3번째 골은 수비수의 자책 골’ 이라고 양심 고백을 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94년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에 입단, 프로무대에 데뷔한 클루이베르트는 그 해 팀을 리그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이듬해 아약스가 AC 밀란을 꺾고 챔피언스리그에 우승하는데 기여했다.

97년 이탈리아 AC 밀란으로 이적한 그는 27경기에 출전, 6골로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포지션 문제 등으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다 이듬해 스페인 FC바르셀로나로 둥지를 옮겼다.

팀을 옮기자마자 35경기에 출전, 15골을 기록하면서 팀의 우승에 일조하면서 옮기면 우승하는 ‘우승 메이커’란 별명도 얻었다.

중남미 수리남의 이민자 출신으로 18세 때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발탁되었을 만큼 어릴 적부터 축구에 재능을 보여왔다. 키 188cm 몸무게 81kg으로 흑인 특유의 탄력과 동물적 감각 몸놀림을 자랑, ‘흑표범’이란 별명도 얻었다.

클루이베르트의 플레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함’을 연상케 하는 스케일 큰 축구를 구사한다. 특히 돌고래처럼 뛰어 올라 내리 꽂는 헤딩은 상대에게 위협 감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땅볼 슈팅도 정확하다.

9월 1일 네덜란드는 아일랜드와의 사활이 걸린 경기를 벌였고 클루이베르트 역시 혼신의 힘을 다했다. 아일랜드 선수 한명이 퇴장 당하면서 네덜란드는 더욱 유리했지만 승리의 여신은 ‘오렌지 군단’을 철저히 외면했고 그들은 0-1로 패하며 탈락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유럽의 ‘빅’ 스타들로 구성, 특유의 화려하고 힘 넘치는 축구를 구사하는 네덜란드식 축구를 못 보는 것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큰 아쉬움이다. 또 팀의 일원이 클루이베르트 역시 아쉬움 속에 2006년 독일 대회를 기약하고 있다.

2006년 30세가 되는 클루이베르트. 팬들은 그때까지 그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질 것이고 클루이베르트가 없는 2002 월드컵은 그래서 왠지 허전한 느낌을 들게 한다.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프로필
▲풀네임 = Patrick Kluivert
▲포지션 = 포워드
▲생년월일 = 1976.7.1
▲신장 = 189㎝
▲몸무게 = 81㎏
▲A매치 = 57회 출전
▲클럽 = 아약스 암스테르담 (1994~96), 바르셀로나(1997.-현재)

이병구 기자 <lpgas@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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