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카·웅크」의 허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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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카르노」와 「응크루머」의 두 자를 떼어서 한 데 묶어보았다. 「수캉크」라는 이상한 냄새를 피우는 어떤 동물의 이름을 연상시켜 주는 것은 전연 우연한 일. 그러나 저러나 이렇게 한데 묶어보면, 양인의 행태에 엇비슷한 데가 없지 않은 것이 묘하다. 「수카르노」의 이름은 소위 대동아 전쟁 때부터 들어오던 이름이고, 일본군한테서 훈장인가 표창인가를 받은 거룩한 사진도 본적이 있지만 그런 대로 오늘날까지 정객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해온 것은 그가 구식민 상전이던 화란과 싸워서 인니의 독립을 가져온 독립투사라는 경력의 덕.
「응크루머」도 일찍부터 항영운동에 가담해서 1957년 「가나」의 탄생에 크게 공헌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자랑스런 경력의 소지자들이 모두 오늘에 와서 「권불십년」의 격언의 진리를 입증하여 주고 있다는 것이 기구하다.
「수카·응크」의 정권유지법이 대동소이했던 것도 또한 기억할 만하다. 야당이나 비판적인 언론을 한결 같이 대기했다. 사법에 대해서도 둘이다 독특한 철학이 있어서, 귀찮은 존재나, 시끄러운 인물들은, 절차도 재판도 없이 마냥 가두어 두었다. 독특했던 것은 양인의 사업관 뿐 아니라, 통치철학 자체가 기상천외하였다.
「수카르노」가 「교도민주주의」라는 알 듯 모를 듯한 신술어의 발명자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 「응크루머」는, 민주주의를 각색하는 구차스런 수속을 생략하고 자신을 「오사제포」, 즉 구세자로 신격화했다.
알기 쉬운 우리말로 풀이하면, 개인독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카리스마」적 위치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사라진지 오래인 왕년의 식민국가에 대한 증오을 끈덕지게 부채질하는 수법을 썼다.
이러한 수작이 마침내는(둘이 약속이나 한 듯이) 반서방, 친소 내지는 친중공이란 극단적인 줄타기 놀음으로 번져서 「카리스마」가 멍들고 뭇 사람이 죽었다. 양인이 다 권력욕에 못지 않은 물욕을 지녔고, 그들의 개인생활이 결백한 치자의 이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 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사소한 일이다. 지상의 영광은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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