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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현송교육재단, 주창균 이사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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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신제강(동부제철의 전신)의 창업주 주창균(사진) 현송교육문화재단 명예이사장이 29일 오전 별세했다. 91세. 1921년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1940년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우베공업전문학교(현 야마구치대학 공학부) 졸업 후 한국인 최초로 일본제철(현 신일본제철) 야하다제철소에 입사했다. ‘일본인에게 질 수 없다’는 각오로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귀국해 평양공업대학 교수, 황해제철소 기사장(소장) 등으로 일하다 부산으로 피란, 52년 동양법랑 부산공장을 인수하고 ‘신생공업사’를 설립했다. 54년 서울 양평동에 국내 최초의 아연도철판(함석) 생산 설비를 갖춘 신생산업을 세웠다. 60년 일신산업(이후 일신제강으로 변경)으로 이름을 바꾼 뒤, 67년 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냉연 공장까지 세워 큰 성공을 거뒀다. 한국마방적 ·상창강재 등 계열사를 둔 기업군으로 키워낸 고인은 79년엔 1억 달러 수출도 달성했다.

 국내 첫 철강 기술자로, 한국 철강산업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은 고인은 그러나 종합제철소를 건립하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다. 80년 신군부 집권 2년 뒤 불거진 소위 ‘장영자-이철희 어음사기 사건’에 휘말리면서다. 당시 일신제강은 흑자 부도를 낸 뒤 채권단에 넘어갔다. 정권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란 의혹도 일었다. 고인은 ‘소송으로 기업을 되찾자’는 주변의 제의에 “결국 내가 잘못 판단해 그런 것이니 놔두라”며 기업 경영에서 손을 뗐다. 포스코로 넘어간 일신제강은 주식공매 등을 거쳐 85년 동부그룹에 인수됐다. 고인은 현업에서 물러난 뒤에도 ‘현송교육문화재단’을 세워 ‘현송금속공학상’을 수여하는 등 철강산업 발전에 힘을 보탰다.

 대한럭비협회장,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총재,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등도 지냈다. 유족은 아들 종남(서울대 교수)씨, 딸 선경·혜경·옥경·윤경(백제예술대 교수)씨, 사위 김영식(서울대 교수)·배길훈(전 한국델파이 대표)·이기승(전 모아댄뱅크 대표)·김도현(KAIST 교수)씨 등이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31일 오전 9시다. 2072-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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