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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KBS 2TV의 오락프로그램 강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영방송 KBS 2TV가 11월 5일부터 단행될 가을개편에서 의미있는 토론프로그램「시사난타 세상보기」를 폐지하고, 일군의 개그맨들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쇼를 신설하는 등 오락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가을개편을 통해 KBS 2TV는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 시간대를 모두 오락프로그램으로 채우게 되며, 인기 진행자들을 다수 영입해 시청자의 눈길잡기에 나선다.

KBS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프로그램은 개그맨 이휘재와 유재석, 개그우먼 조혜련, 송은이가 함께 진행하는「이유있는 밤」(가제.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50분).전과정이 야외에서 진행될 이 프로그램은 각종 게임과 현장토크를 버무린 전형적인 버라이어티쇼 형식으로 패밀리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외주프로그램이다.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소재를 대상으로 한 파격적인 형식의 토론프로그램으로 방영초기부터 눈길을 끌었던「시사난타 세상보기」는 시청률 저조, 패널섭외의 어려움, 매끄럽지 못한 진행 등 여러가지 문제점을 노출한 채, 지난 8일 방송을 끝으로 6개월만에 오락프로그램에 자리를 내주게됐다.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하우스'코너를 진행하는 인기 개그맨 신동엽도 7년만에 KBS 나들이에 나선다. 신동엽은 확률을 소재로 한 인포테인먼트(정보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프로그램「청춘보감」(가제.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을진행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한때 개그우먼 박경림을 공동진행자로 영입할 방침이었으나 최근 방향을 바꿔 다른 여성진행자를 물색하고 있다.

한편, 매주 수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던「시사터치 코미디파일」은 평일 저녁시간대로 자리를 옮기게 되며, 이 시간대에 현재 목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되는「야!한밤에」가 투입된다. 화요일 오후 11시의「서세원쇼」는 현행대로 전파를 탈 예정. 이밖에「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매주 일요일 오후 6시 10분),「쇼 여러분의토요일」(매주 토요일 오후 6시 10분) 등 주말오락프로그램에는 별다른 변동이 없을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KBS의 개편 움직임에 대해, 방송가 일각에서는 시청률에 민감하게 반응한 나머지 심야시간대를 지나치게 오락프로그램 일색으로 채우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토론프로그램에 새로운 가능성을제시했던「시사난타 세상보기」를 6개월만에 폐지하고, 오락프로그램을 대체편성키로 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작진이 시청률에 연연해하지않고 이 프로그램이 갖는 의미를 감안해, 방영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성의있게 보완해나갔다면, 장기편성도 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서재석 책임프로듀서는 "새로운 문화코드를 이야기할 수 있는 젊은 패널들로 시청자를 흡인하려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며 "프로그램 자체가 2TV적 성격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1TV와 차별화돼 오락적인 성격이 강한 2TV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영방송으로서의 본분을 지키고자 했다면, 안이한 오락프로그램보다는 좀 더 신선하고,공익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경실련 미디어워치의 김태현 간사는 "2TV가 광고를 방송하는 채널이기 때문에시청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있지만, 지나치게 타사와의 시청률 경쟁에 앞장서는 것 같다"며 "방송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던「시사난타 세상보기」같은 프로그램을 6개월만에 폐기해버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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