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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선생과 손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바라지 않았던 며칠간의 휴가를 얻어 집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루는 저녁상을 물린 후에 오래간만에 온 식구가 한방에 모여 밤늦게까지 웃음의 꽃을 피웠다.
주로 나의 부대 안에서 일어난 일이 화제가 되었다. 이야기들이 시들해질 무렵 올해 국민학교에 입학한 여동생이 불쑥 화제를 바꾸었다.
『오빠 말이지』 모두의 시선이 제게로 모이자 동생은 신이 나서 얘기했다. 『어저께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은 손톱이 길었는데두 깎지않구 우리들더러만 손톱을 깎으래. 길면 나쁜 병균이 손톱 밑에 숨어 있다가 입 속에 들어가서 병이 난다고…. 그래서 내가 선생님한테 「선생님 우리들도 어른이 되면 선생님같이 손톱을 길러두 되나요」하니까 선생님이 마구 웃었어요. 오빠, 그리구 선생님 손톱은 내 손톱보다 빨갛구 반짝거려요. 손톱에다 뼁끼칠하나?』
순진한 동생이 이렇게 물을 때 나는 무어라 대답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하기야 우리 집에서 손톱을 기르고 「매니큐어」칠하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으니 나에게 물어볼만도 하다.
동생의 이런 질문이 나오니 본직인 선생님은 눈감고 아웅하는 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 도시여성의 70%가 긴 손톱 치장이니 그것이 위생적이고 미관상 아름답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한번도 아름답게 느껴 본적이 없다. 나의 생각이 시대적으로 유행에 뒤떨어진 때문일까? (이영남·26·한국함대사령부 통신참모실·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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