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될까? 「의리 없는 관계」|경찰 "끄나불" 자가 숙청의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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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찰의 정보망이 대폭 정비될 것 같다. 지난 12일 서울시경은 관하 11개 경찰서 수사 서무 주임 회의에서 형사들의 과도한 정보원 활용이 폐단을 너무 많이 가져온 것으로 지적하고 언젠가 한번은 크게 말썽이 될 정보원의 자가 숙청에 나섰다. 특히 「백 식구파」 소매치기 파동을 겪은 경찰로선 아직도 악의 요소가 다분히 남아 있는 정보원 문제가 골치 아팠던 것이다.
형사 한사람에 으례 2·3명, 평균 3·4명으로 많은 사람은 10명의 정보원을 거느린다. 정보를 물어다주는 이들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설혹 직업이 있다손 치더라도 고물상 영업 아니면 행상, 「리어카」꾼이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구두닦이·넝마주이들도 있다. 형사들이 거의 전부 시인하듯 정보원들은 전과자가 태반이고 전과자 아닌 사람이 정보원 노릇하긴 힘들다.
직업이 없는 정보원의 경우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침식을 제공받고 형사들이 받은 수사비에서 용돈을 조금씩 타 쓴다. 이들의 생리가 전과자 특유의 그것 때문에 비교적 범죄성을 띠고 있어도 형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묵인해주는 것이 보통-.
N경찰서 이모 형사는 박이라는 정보원 때문에 항상 골치가 아팠다. 서울역 앞 「적선 지대」에서 창녀와 붙어사는 23세의 그는 정보를 창녀로부터 얻는다. 그러면서 뻔질나게 형사실을 드나들면서 꼬리를 물어다 준다. 몇달 전의 일-. 수사비 그것도 쥐꼬리만큼 받아서는 정보원에게 몇푼 못 줬을 때 창녀와 짜고 자고 가는 손님의 시계와 돈을 슬쩍해서 팔아 해치웠던 일이 있다.
공교롭게도 절도 피의자로 붙잡힌 그 창녀를 이 형사가 취급했을 때, 이 형사는 『잘 봐달라』는 자기 정보원 박과, 사건 처리를 재촉하는 피해자 틈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이런 예가 한두번 아니다. 이처럼 정보원은 죄 지은 자를 감싸고돌거나 직접 죄인이 되는 수도 많다.
20세 전후, 30세가 가장 많은 이들 중에는 10세 전후의 꼬마도 있고, 60세 노파도 있다. 서울 중부 경찰서 L형사가 지난해 10월, 대규모 「아들잡이」패를 소탕했을 때 그 정보는 아들 노릇을 하며 물건을 훔쳐내던 열한살짜리 꼬마가 물어다준 것이다. 그때 L형사는 남대문 지하도에서 들치기하다 붙들린 꼬마를 구슬려 내보낸 후 그를 미행, 한밤중에 아들잡이 집을 습격했던 것이다.
대부분 형사들은 아침 출근하기가 무섭게 다방으로 간다. 어떤 형사는 하루종일 다방에 앉아있고, 그 정보원만 뻔질나게 왔다갔다한다. 어떤 때는 담배 한갑으로, 또 어떤 때는 정보의 비중에 따라 용돈이 두둑히 주어진다.
그러나 형사들도 1백% 그들을 믿진 않는다. 그래서 그들과 형사사이란 「의리」가 없다는게 중평. 어떤 사건으로 입장이 곤란한때가 있을 땐 「언제 봤느냐」는 식으로 집어넣어 버린다. 그러다가 아쉬우면 또 찾는다. Y경찰서 윤모 형사는 작년 12월 도범 검거 성적이 형편없었다.
수사 계장의 독촉은 심해지고 생각 끝에 윤 형사는 자기 정보원 한명에게 통사정, 못 잡은 도둑 대신 정보원을 「불구속 입건」으로 도범 검거 건수 올리기에 충당시켰다.
이렇듯 이용하고 당하는 이들 형사와 정보원 관계는 의리가 별로 없듯, 배신 또한 잦다. 역 정보를 갖다주거나 수사 방향을 누설, 잡을 도둑도 놓치게 하는 정보원도 허다하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형사들로부터 받지 못한 용돈도 얻어 쓰는 수가 있다. 이제 그 정보원에 의해 퍼진 「정보망」을 정비하겠다고 경찰이 서두르는 까닭도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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