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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안정 증권의 발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1일의 제13차 임시 금통운위는 30억원 한도의 단기 (91일) 통화 안정 증권을 발행키로 하고 발행일자 발행금액 매려금액 매려방법 및 그밖의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기 위한 특별 소위원회를 구성키로 의결했다.
동 의결 내용에 의하면 매출 조작기간은 발행일로부터 66년12월31일까지로 되어 있는데 3월 하순과 4월중에는 학교 예금의 증가와 농자금 환수 등으로 시은의 대출 재원이 늘 것이 예상되고 있으므로 안정 증권의 발행이 이달 중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 증권의 이율은 지준부 이율 3·5%와 각종 예금 이자의 평균 이율인 8%와의 중간선인 5%선에서 최고 발행 할인율과 최저 매려 할인율을 조정케 되어 있다.
62년11월에 발행되었던 약 3억4천만원의 통화 안정 증권은 대출 최고 한도제하에서 채택되었던 것이지만 이번의 그것은 금리 현실화 조치 후 계속 시도되어온 지준율과 재할인율 조작 등 이른바 고전적인 간접적 금융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된다는 데에 그 특성이 있다. 그러나 증권 시장에서의 매매를 통한 공개 시장 조작이 아니라 시은의 신용을 규제하기 위해서 증권을 시은에 소화시키는 것이므로 대상 은행별의 매매액의 다과에 따라 당해 은행의 신용 여력을 직접 규제하는 성격을 띠는 것이므로 관례적인 공개 시장 조작과는 상당한 경정이 있는 것이라 하겠다.
금리 현실화 이후 직접적 또는 질적인 통제에서 간접적 수단으로의 금융 정책상의 전환은 아직은 그것이 기대했던 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지준율 수준을 요구불 예금의 경우 35%에 이르도록 대폭 인상하고 자금 용도별로 금리와 재할인율의 수준에 차등을 두되 그 일반적 수준을 고율로 높였지만 대출 초과의 현상은 시정이 안되고 있으며 정책 금융에 빙자한 가수요도 줄어들지 않고 있고 아울러 장기성 예금의 증가 추세도 둔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정에서 지준율을 더 이상 올릴 수도 없고 수출 금융 등 지원 금융의 재할 잔고를 줄일 수도 없으며 그 위에 IMF와의 여신 한도 협약은 지켜야 하겠다는 「딜레머」의 해결 방법으로 제기된 것이 안정 증권의 발행인 것 같다.
최근의 통화량의 증가와 시중 유동성의 팽창은 그 근인을 재정 살초와 외환 매초에 두고 있으며 은행 창구를 통한 신용 창출의 대부분도 정책 지원에 의한 준재정적인 성격의 것이 많다. 반면에 일반 금융은 금리 현실화 후 계속 압박되어 왔으며 특히 지준율의 고율 인상 이후의 시은의 신용 업무는 심한 위축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중 신용 사정을 배경으로 할 때에 30억원 안정 증권의 연내 발행과 그 시은 소화는 시중 자금의 경색을 더욱 더하게 될 것 같다.
이와 같은 전망에서 소위 간접 금융 통제 수단은 「인플레」의 여건과 금융에 대한 정치적 관여 같은 사회적 조건이 배제될 수 없는 한 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금리 정책을 주축으로 하는 고전적인 금융 정책은 안정된 여건에서 금리를 매개로 하여 자금 수급이 자동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플레」 요인이 불식되지 않고 금융과 정치와를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 없는 한국적인 터전에서는 정상적인 금융 질서란 생각될 수 없는 것이며 이의 당연으로 정상적인 금융 정책도 성립될 수 없다. 금융 정책면의 현실화 방향은 이제 차츰 근본적인 난제를 피할 수 없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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