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서천·오대천에 댐 짓는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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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리산 반야봉에서 피아골을 거쳐 섬진강으로 흘러드는 전남 구례 내서천과 급류 래프팅의 명소인 강원도 평창의 오대천 등 전국 6곳에 정부가 추가로 댐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에서는 농업 피해와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댐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수자원 확보와 홍수 예방을 위해 2021년까지 한강·낙동강·금강·섬진강 수계에 6개 댐을 추가로 건설하는 내용의 ‘댐건설장기계획(2012~2021년)’을 최근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국토부는 2010년 3월 계획 수립을 시작했고, 최근 5개월 동안 환경부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쳤다.

 국토부는 낙동강 상류 경북 영양의 장파천(영양댐)과 동해안 영덕의 대서천(달산댐), 금강 수계인 충남 청양의 ‘지천(枝川)’, 구례 내서천에 4개의 다목적댐을 지어 연간 1억900만㎥의 수자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남한강 상류 오대천과 남강 상류인 경남 함양의 임천에 홍수조절댐을 건설해 2억1100만㎥의 홍수조절 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도 참조>

 영양댐은 경북 경산시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다. 달산댐의 물도 포항지역의 공업용수로 활용된다. 칠갑산에서 발원한 ‘지천’에 들어설 댐은 청양·홍성·예산 등지에, 내서천에 들어설 댐은 인근 여수·광양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오대천의 댐은 남한강의 홍수 예방을 위해, 문정댐은 하류에 위치한 진주 남강댐의 홍수조절 능력을 높이기 위해 건설된다.

 하지만 이들 댐 예정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영양·달산댐 인근 1300여 명)들이 있는 데다 생태환경이 좋은 국립공원 등이 인근에 있어 건설 과정에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강원도 인제 내린천과 영월 동강 등에서도 댐 건설이 추진됐지만 주민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댐 건설 소식을 전해 들은 영양댐 인근 지역 주민들은 “불필요한 댐이 건설되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며 지난달 국회 예결위원회를 찾아 댐 건설 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처장은 “지리산 내서천은 멸종위기종인 수달이 서식하고 반달가슴곰이 이동하는 통로”라며 “지리산 북쪽 문정댐에다 남쪽에서도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내서천까지 댐을 건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협의과정에서 댐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를 예방하는 대안을 검토해줄 것을 국토부에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국토부 안정훈 수자원개발과장은 “환경부 요구에 따라 대안을 검토했지만 이들 6개 댐 건설지역은 4대 강 본류와는 거리가 멀어 4대 강 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이라며 “댐 건설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 측은 “정확한 댐 규모는 타당성 조사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이나 환경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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